기사입력 2018-04-06 10:00:00
기사수정 2018-04-06 10:59:28
국제 사회에서 스트롱맨들의 거대한 게임이 시작됐다. 러시아가 영국에서 전직 스파이 독살을 기도한 사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로 상대국 외교관 대규모 추방 및 영사관 폐쇄로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투하하기로 한데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함으로써 미·중 간 무역 전쟁의 막이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동시에 선전 포고를 했다. 시진핑과 푸틴은 이런 트럼프에 맞서려고 적극적으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가 신 냉전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특히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의 돌파구를 여는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푸틴 연대는 한반도 정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과 푸틴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북한 문제를 놓고 공동 전선을 유지해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7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공동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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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일 (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트럼프의 악몽
미국의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5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연대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진영의 헤게모니에 맞서 중·러가 전략적인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국방 당국 간 고위급 접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시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부터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중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지난 3일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회담했다. 웨이펑허 부장은 이 자리에서 “나의 이번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 간 강화된 군사협력을 통해 미국에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미국을 견제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역내 영토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와 발트 해에서 각각 합동 군사 훈련을 하면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중·러 협력의 목적은 전 세계에 걸쳐 미국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할수록 러시아가 중국과의 동맹 체제를 강화하려들 것”이라고 전했다.
◆중·러의 한반도 개입
러시아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 기자 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노선을 견지할 필요가 있으나 이 과정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도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중·러 외무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최근 한반도 정세 전개와 관련해 깊이 있는 견해를 교환했으며 새로운 합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이날 ‘쌍궤병행’ 원칙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규정된 접근법들을 유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면서 “로드맵의 여러 조항, 특히 모든 당사자가 상호 자제하고 대화 의지를 보일 것을 호소한 부분은 이미 효용성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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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김정은 러시아 방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러시아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은 상태라고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4일(현지시간)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코츠 국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가(김 위원장이) 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츠 국장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어떤 문제를 논의하려 할 지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렉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한반도 문제 담당 특임대사는 5일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다”고 코츠 국장의 주장을 일단 부인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