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09 21:00:45
기사수정 2018-04-09 21:00:43
세계선수권 스코틀랜드에 져 4위/메달은 놓쳤지만 역대 최고 성적/세계랭킹 16 → 8위로 8계단 올라/무관심속에도 묵묵히 새 역사 써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는 동경의 대상이다. 남자 컬링 주장 김창민(33)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등장만으로 관중의 함성이 끊이질 않은 농구계의 영원한 ‘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왜 하필 조던일까. “나는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그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다”라고 말한 조던처럼 숱한 좌절을 이겨내는 것이 자신이 그리던 이상적인 선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조던’이 되고 싶은 김창민은 평창올림픽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그가 이끄는 남자 컬링 대표팀은 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세계남자컬링선수권 동메달 결정전에서 스코틀랜드에 4-11로 패하며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의 꿈을 눈앞에서 놓쳤다. 그러나 남자컬링 역대 최고 성적인 최종 4위에 올랐고, 기존 16위이던 세계랭킹 역시 8위로 훌쩍 끌어올리면서 사상 첫 ‘톱10’에 들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예선 7위(4승5패)로 4강 진입에 실패한 것을 제대로 만회한 셈이다.
이런 분전에도 남자 컬링은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해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여자 컬링 ‘팀 킴(Team Kim)’이 평창올림픽 은메달을 계기로 연일 화제 만발인 점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여자 컬링은 스킵 김은정(28)이 외치는 “영미~”가 희대의 유행어가 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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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수가 9일 세계남자컬링선수권 스코틀랜드와 동메달결정전에서 스톤을 조준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연합뉴스 |
남자 컬링도 시작은 우연이었다. 1990년대 중반 대구빙상장에는 사람이 없는 야심한 밤에 ‘스톤’이 빙판을 가르는 소리가 매일같이 들렸다. 당시 초등학생 꼬마였던 두 살 터울의 김창민, 김민찬(31)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선수 흉내를 냈던 것.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의 아들인 김민찬은 아버지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고, 평소에 형제처럼 지낸 김창민도 재미 삼아 합류했다. 이어 2006년 한국 최초의 전용컬링장인 의성컬링훈련원이 생기면서 경북 구미 출신의 성세현(27)과 오은수(25), 강원도 춘천 ‘컬링 쌍둥이’ 이기복·이기정(23) 형제의 맏형 이기복이 뜻을 함께했다. 생면부지의 이들이 모여 ‘원 팀’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남자 컬링은 평창올림픽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해 세계선수권이 더욱 각별하다. 나아가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남자 컬링이 꿈꾸는 설욕 무대다. 대표팀은 “컬링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바람대로 국민의 따뜻한 성원이 있다면 남자 컬링이 마이클 조던 못지않은 스타로 발돋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