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구하지 못한 5인 이상 사업체 일자리 2/3은 학력을 따지지 않거나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직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빈 일자리 절반 정도는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학력 구직자가 수용할만한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고학력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극소수'
11일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에 적극적으로 구인 활동을 했음에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종사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외국인 제외)은 8만559명이었다.
이 가운데 약 26.0%는 경력·학력·자격증 유무를 묻지 않는 '직능 수준 1'에 해당했다.
미충원 인원 가운데 39.9%는 1년 미만의 현장 경력, 기능사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격, 고졸 수준의 업무 능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2-1'이었다.
5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일손을 못 구한 자리의 66.0%는 다섯단계의 직능 수준 가운데 가장 낮은 2개 등급의 직무인 셈이다.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학력을 기준으로 전문대졸이 필요한 '직능 수준 2-2'는 18%, 4년제 대졸 또는 석사가 필요한 '직능 수준 3' 15.2%,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4'는 0.8%였다.
◆빈 일자리 구직자 눈높이에 맞지 않아…정부 "좋은 일자리 많은 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학력은 직무 수준보다 높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작년 3분기 실업자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율은 48.5%였다. 청년층(15∼29세)은 58.0%, 25∼29세는 70.2%로 고학력자 비율이 더 높았다.
고학력자의 기대 수준을 고려하면,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청년들이 선뜻 취업할만한 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있긴 하지만 상당 부분이 질이 낮은 일자리라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빈 일자리가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들 대학 교육을 받으니 고급 일자리에만 가려고 한다며 어떤 직종에 어떤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맞춰서 교육을 비롯한 인력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빈 일자리 가운데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 설명한다.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등을 분석해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빈 일자리가 약 20만1000개인데, 이중 10만6000개 정도는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는 현재 비어 있는 일자리와 비어 있진 않아도 구인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 달 이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자리를 '빈 일자리'로 정의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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