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12 09:00:00
기사수정 2018-04-12 17:42:33
[추적스토리-이명박 첫 고발자 김유찬 인터뷰中-④]
다스(당시 대부기공)에서 마대자루를 이용한 대규모 자금 사용, 불법 사무실 운영, 불법 서신 보내기, 전화 부대 운영, 베스트셀러 조작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SIBC(SIBC international Ltd) 대표가 11일 이 전 대통령 측이 1996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저질렀다며 공개한 불법 선거의 실태다.
김 대표는 이날 이메일 및 전화 인터뷰에서 “1996년 제15대 종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이 전 대통령이 처남이자 당시 다스 사장인 김재정씨에게 지시, 이모 비서관이 매일같이 대부기공(현 다스)에서 돈다발을 마대자루 등으로 실어 날랐다”고 대규모 자금 사용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구당 조직을 빼고 자기 손으로 집행된 선거기획 관련 자금만도 대략 13억원 정도 됐다며 전체적으로 약 60억원 정도는 족히 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회회관과 지구당 사무실 외에 사무실을 두지 못하도록 규정한 선거법을 어기고 서울 구기동 북한산 초입에 불법 사무실(‘불법 아지트’)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그는 “이곳에서 나와 K부장, 선거전략 박사인 P 등이 각종 선거기획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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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대 국회의원 선거 종로구 이명박 신한국당 후보의 정당연설회장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는 불법 아지트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불법 행위로 불법 서신 발송을 우선 꼽았다. 즉 60명에서 100명 정도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을 아르바이트로 뽑아 이 전 대통령이 친필 편지를 쓰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지역 유권자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자원봉사를 가장한 편지만 전문으로 쓰는 아르바이트들을 동원해 일당을 주고 하루 종일 100이든 1000통이든 쓰도록 해 이 전 대통령의 서명 등 위조해 발송하곤 했다”는 거다.
전화부대가 운영되기도 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약 60명에서 100명 정도의 전화부대를 운영, 종로구 20여개 동에 대해 민원을 들어준다며 전화를 걸도록 해 유권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에 호감을 갖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호소했다는 거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의 지구당 조직에선 지구당 관계자와 가족들을 총 동원, 이 전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사재기를 시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매일 많은 책들을 사들인 뒤 이를 다시 지구당 부위원장들에 강매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참모들이 선거법을 위반하면 안된다고 적극 만류했지만 오히려 모욕적인 언행으로 참모들을 질타했다고 김 대표는 기억했다. 그는 “참모들이 ‘법을 지켜야 합니다, 마구잡이로 하면 안됩니다’고 건의를 하면, 이 분은 ‘시키는 대로 하지, 쇠대가리 놈들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고 아주 모욕적으로 말하며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도 “정작 나중에 법정에선 ‘자기는 법을 다 지켰는데 참모들이 안지켰다’는 식으로 말을 180도로 뒤집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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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우주 기자 spac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