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원금을 갚을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취약차주 5명 중 1명은 연 소득 40% 이상을 이자 갚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1.7%포인트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가운데 한계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에 보고한 '금융안정상황' 자료에서 작년 말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취약차주 5명 중 1명, 연 소득 40% 이상 이자 갚는데 사용
은행권이 지난달 26일부터 도입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은 대출심사 과정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은은 이번 조사에서 이자 상환액만 연 소득과 비교한 이자 DSR을 추정했다.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 전체 차주의 이자 DSR는 9.5%다.
그러나 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이자 DSR는 10.9%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취약차주 부담은 더 커진다.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차주를 의미하는 취약차주의 이자 DSR는 24.4%에서 26.1%로 1.7%포인트 상승한다. 반면 비취약차주의 상승폭은 1.4%포인트(8.7%→10.1%)다.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차주의 이자 DSR는 12.3%, 취약차주는 27.8%가 된다. 5%포인트 상승 시에는 전체 차주는 16.4%, 취약차주는 31.9%까지 이자 DSR가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자 상환 부담이 큰 고(高) DSR(이자 DSR 40% 이상) 차주 비중은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4.2%에서 5.0%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의 경우 고 DSR 비중(19.5%→21.8%)은 2.3%포인트나 확대된다. 취약차주 5명 중 1명은 순수하게 이자만 갚는 데 소득의 40% 이상을 쓴다는 의미다.
비취약차주(3.0%→3.8%)에선 그 비중이 0.8%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취약차주는 지난해 말 14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대출자(1876만명)의 8.0% 수준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4년 이래 최대 규모다.
◆금리 상승, 가계 부담…단기적으론 별 문제없다는 분석도
이들의 대출 금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6%인 82조7000억원이었다. 취약차주 부채가 80조원을 돌파하기도 작년이 처음이다.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차주는 40만6000명에서 41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자의 2.2% 수준이다.
이들의 대출 금액은 12조7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0.9%에 달했다.
취약차주 대출의 66.4%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에 의존하고 있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저신용자에서 상승하는 모습이다. 전체 가계대출자 중 연체 차주 비율은 2016년 4분기 이후 2% 후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선 연체율이 2016년 4분기 38.4%에서 작년 4분기 41.7%로 올라갔다.
한은은 "취약차주 차주 수와 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시 이들 차주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진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부채 보유 가계가 소득과 자산이 높은 층이 많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순자산(총자산-총부채) 상위 40% 가구의 부채가 전체 금융부채의 59.2%를 차지한다. 작년 말 현재 전체 대출 중 고소득(상위 30%), 고신용(1∼3등급) 차주의 대출 비중은 각각 65.9%, 68.7%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3.0%포인트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5.2%포인트 상승한 159.8%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은 8.1%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4.5%)을 웃돌아서다.
한은은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DSR, 예대율 규제 변경 등 추가 대책, 대출 금리 상승 압력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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