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의뇌이야기] 험난한 치매약 개발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치매는 문학작품·영화·드라마의 소재로 널리 다뤄지고 있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작품 ‘리어왕’에서 극중인물인 리어왕을 통해 치매의 증상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리어왕은 점차 기억을 잃고,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숙원인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비참한 사실은 암에서 치유돼 회복된 사람은 있지만 아직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회복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 65세 이상의 10%, 85세 이상의 50% 정도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보면 치매 환자가 2024년엔 100만명, 2040년엔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돼 치매 극복 없이는 건강한 100세 시대로 진입할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지난 20여년간 화이자, 머크, 일라이 릴리, 로슈 등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수십조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100개가 넘는 후보물질을 가지고 치매 치료제 개발에 진력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부작용과 인지기능 개선 실패로 모두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해 인류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었다. 

그런데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보면 치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어느 한 가지 원인에 집중한 치료제 개발로 연구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는 2011년 국가 알츠하이머 연구법을 제정해 치매약 개발비로 매년 20억달러를 투여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제 복합 타깃을 가진 약물과 신경세포 재생과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 회로 재구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술의 병합치료 개발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