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 성매매 집결지의 변신] "성판매자 처벌땐 악순환 가속… 경제적 자립책 마련 선행돼야"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성매매집결지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은 기존의 공권력 행사로 성매매 공간을 폐쇄한 것에 비해 인권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성매매를 근절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사진) 원장은 13일 “성매매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의 성문화 구조에 의해 이뤄진 역사적인 폐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변 원장은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성차별 구조에 의해 여성을 성적으로 도구화한 폭력이자 가난한 자에 대한 부자의 지배·착취가 그 본질”이라며 “이를 직시하지 않으면 성매매 근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성을 팔아서라도 생활을 꾸려야 하는 여성의 취약한 경제력 제고와 경제적 우위에서 성을 구매하려는 남성의 욕구를 억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변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노르딕 모델’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999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노르딕 모델은 성 구매자를 형사처벌하는 반면에 성 판매자는 처벌 대신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등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성매매의 근본 원인인 수요를 차단해야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성에 자유롭고 관대하다는 프랑스도 6년간 논란 끝에 2016년 이 제도를 도입했고, 성매매를 합법화했던 캐나다 역시 2014년 제도를 전면 수정해 노르딕 모델로 전환했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힘입어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는 2014년 각 국가에서 노르딕 모델을 채택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변 원장은 “한국의 성매매특별법은 양벌 규정, 즉 성을 구매하는 남성과 파는 여성 모두를 처벌하는 법인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것”이라며 “세계적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요자인 성 구매자를 억지시키는 것이 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판매자를 처벌하면 여성의 성이 착취되는 상황을 더 악화하고 오히려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한다는 것이다.

변 원장은 “성매매 여성 자립을 위한 첫 번째 조치가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이라며 “안정적인 일자리 경험은 성매매를 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수원=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