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13 20:17:16
기사수정 2018-04-13 20:33:13
상장 35분새 1만% 급등락 / 빗썸 미스릴·엘프 신규 상장 / 상장소식 유출, 투자자 몰려
30분 만에 가격이 100배 이상 뛰는 게 가능한 일인가. 최근 상장된 가상화폐(암호화폐)들이 진정 국면에 진입한 가상화폐 시장에 불을 질렀다.
지난 12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엘프(Elf)와 미스릴(Mithril)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상화폐가 상장됐다. 가상화폐의 투기성을 입증하듯 ‘신고식’이 요란했다.
미스릴은 12일 오후 6시 2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는데 30분 뒤 2만8000원으로 치솟았다. 상승률이 1만1100%에 달한다. 그러나 미스릴 가격은 곧 추락해 5분 만에 740원으로 내렸다. 미스릴의 상승률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상장가 1000원인 엘프도 30분 만에 1900원으로 거의 두 배로 뛰었다가 오후 7시를 지나면서 1000원으로 원상 복귀했다. 상장 이틀째인 13일 오후 엘프는 1000원 초반, 미스릴은 8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투기 조짐은 상장 전부터 있었다. 당일 오후 2시경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빗썸이 엘프와 미스릴을 상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구독자가 1만명에 육박하는 한 텔레그램 채널은 “극비정보”라며 빗썸의 신규 상장 소식을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유료 서비스에서 제공한다며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 다른 채널에 접속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 소식은 빗썸 직원이 출처라는 설명과 함께 여러 가상화폐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엘프와 미스릴로 몰렸다.
해외 거래소 오케이엑스(OKEx)에서 엘프 가격은 12일 오후 1시30분 기준 1만3018사토시(1사토시=0.00000001비트코인)에서 두 시간 만에 1만8600사토시로 40% 이상 뛰었다. 미스릴의 경우 오후 2시경 3241사토시에서 약 두 시간 뒤 3998사토시로 23% 뛰었다. 이런 흐름이 빗썸 상장 이후 초단시간 폭등세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가격 폭등에 대해 시세조종을 의심하면서도 통제 권한 밖이다 보니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어떻게 순식간에 가격을 끌어올렸는지 의문”이라며 “주식시장 같으면 당장 감리대상”이라고 말했다.
빗썸에 따르면 엘프는 탈중앙화한 자체 개발 클라우드 컴퓨팅 네트워크로 상업용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플랫폼이다. 장점은 빠른 거래 프로세스를 지원하며 ‘스마트 콘트랙트’(블록체인 기반의 계약) 보호와 실행을 보장해 블록체인상에서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결제시스템 젬페이(GemPay)를 만든 하오보 마,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출신 엔지니어 주링 첸이 만들었다. 미스릴은 이더리움 기반의 분산형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대만계 미국인 제프리 후앙(Jeffrey Huang)이 만들었다.
한편 전반적으로 하락추세이던 가상화폐는 다소 반등해 13일 오후 비트코인은 800만원대 초반, 이더리움은 50만원대 초반에서 거래 중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