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16 06:05:00
기사수정 2018-04-16 00:47:10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어제 논평에서 “명확한 근거나 증거 없이 마녀사냥 하듯 몰아가는 행태는 구악”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의원이 민주당 당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와 야당 공세를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그제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강력하게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오불관언식 태도나 민주당의 김 의원 감싸기 발언은 정도를 한참 벗어났다. 진성 당원이 셋이나 조작 사건에 개입했다면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댓글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이명박정부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해 댓글 공작을 했다’고 분노한 구악이자 적폐다. 그런 마당에 야당을 향해 되레 구악으로 몰아붙이다니 민주당은 사리 판단력도 없는가.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씨 등 민주당원 3명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당내 유력 인사뿐만 아니라 최고위층도 이들의 활동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런 문자메시지가 작성된 시점은 지난해 5월 대선 전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선 이들 3명의 활동 기간이 대선 전후에 걸쳐 있었고 그들 외에 또 다른 ‘온라인 활동팀’이 여럿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의 댓글 조작 시점이 지난해 대선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민주당 내에서 어느 선까지 이들의 활동을 알고 있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는 미심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김씨 등 3명은 과거의 활동 성향과는 달리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방 댓글을 조작한 이유에 대해 “보수가 댓글 추천을 조작한 것처럼 꾸미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이들이 함께 근무한 출판사는 책 한 권 낸 적이 없는 유령 출판사라고 한다. 배후가 있는 조직이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하는 정황이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에 정치적 배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 근간을 허무는 범죄다. 절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 그간 경찰 수사는 미온적이었다. 1시간이면 가능한 김씨 등의 민주당원 여부 확인에 20일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댓글 조작을 통한 여론 조작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단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할 일은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