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경, ‘댓글조작 수사’ 어물쩍하다간 설 자리 잃을 것

검찰 ‘드루킹’ 등 3명 구속기소
진상규명 안 되면 분란 불가피
‘반칙 정치’ 추방할 기회 삼아야
검찰이 어제 ’드루킹’이란 이름으로 통하는 40대 인터넷 활동가 김모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경찰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댓글조작’ 사건은 1월 남북단일팀 기사와 관련한 댓글 추천 수 조작 의혹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1월의 댓글 추천 수 조작은 빙산의 일각이다. 불길은 청와대로, 지난해 대선으로 번지고 있다. 일파만파다. 조직적 댓글조작팀 운영, 청와대 인사청탁,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권 연계 의혹 등이 낱낱이 규명되지 않으면 국가적 분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바른미래당은 어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2∼2017년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와 드루킹의 범죄행위 간 연관관계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당시 ‘갑철수’ 공세를 하라는 지침 등이 하달됐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사건이 엄청난 인화력을 지닐 수 있다. 사안이 엄중할수록 수사는 정도로 가야 한다. 수사에 성역을 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검찰과 경찰의 행태는 미심쩍다. 검찰은 어제 기소하면서도 각종 의혹 수사는 경찰에 미루고 있다. 김씨 기소도 1월 댓글조작 혐의 1건에 국한했다. 검찰이 피의자나 증거자료에 대한 별도 조사 없이 경찰 의견만으로 기소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대선 때 선거관리위원회가 김씨 등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포착해 수사 의뢰를 했는데도 5개월 뒤 무혐의 처분을 했다.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1일 김씨를 체포한 뒤 지난 13일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쉬쉬’ 하면서 3주의 시간을 허송했다. 3주는 증거인멸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도 남을 시간이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안달하는 인상도 줬다. 검경이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것인가. 청와대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경이 단단히 유념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만 해도 산더미 같고 그 하나하나가 다 위중하다는 점이다. 불법과 반칙을 일삼는 정치문화를 일소할 절호의 기회일 공산이 큰 것이다. 그런 사안을 놓고 검경이 조직 이해를 앞세워 구렁이 담 넘듯이 어물쩍하다간 국민의 분노를 부르게 마련이다. 국민이 화를 내면 검경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특별검사를 통한 진상규명도 불가피해진다. 검경은 조직 명운을 걸고 사건 실체 규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