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19 09:00:00
기사수정 2018-04-20 15:27:32
[추적스토리-드루킹의 사이버 히스토리②-ⓒ]
네이버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드루킹’ 김모(49)씨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보고 한때 킹메이커를 꿈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글 등에서 미투 파문에 낙마한 안 전 지사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주자’로 점찍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즉 2017년 7월26일 팟캐스트와 8월1일 블로그 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경선에서 혼자 나와서 승리하는 것보다는 보다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쪽이 낫지 않나. 이 경선에서 멋지게 싸워서 거기서 이기는 그림이 나와야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 않느냐 이런 데까지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한 정치적으로 성장해야 되는 주자 중의 하나를 안희정 지사로 보고 있다는 거예요”고 호평했다.
김씨와 그를 따르는 인사들은 실제로 안 전 지사 측에 먼저 접근해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려 노력한 흔적도 엿보이기도 한다.
지난 1월 안 전 지사 서울 내 모 대학에서 강연을 진행했는데 김씨가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모임(경공모)’이 충남도청에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충남도청에 건네진 공문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도청으로 전달된 것으로 표기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안 전 지사 띄우기가 본격화했다. 즉 2017년 12월 일부 커뮤니티에선 네티즌 사이에서 ‘안희정 작전세력들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라는 글이 나올 정도였다. 해당 커뮤니티는 안 전 지사를 추종하는 댓글들이 ‘손발이 오글오글할 정도로’ 찬양 일색이라며 댓글을 다는 세력을 ‘마가린 부대’라고 부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최재성 전 의원을 집중 견제한 것에 대해서도 ‘안희정 차기 대통령 만들기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최 전 의원의 경우 당권 도전을 놓고 안 전 지사와 충돌할 것을 염려, 미리 공격해 기반을 축소하려한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경공모 측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댓글조작 매뉴얼에는 추 대표와 최 전 의원이 집중관리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김씨와 경공모 등이 2017년 당내 경선 등에서 비판했던 안 전 지사 측으로 돌아선 것은 김 의원에 대한 희망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경공모 회원은 최근 매체에 출연 “김 의원이 가망이 없어지자 안 전 지사와 접촉을 했다”며 “안 전 지사가 미투로 낙마하자 (드루킹이) 청와대의 제수이트가 안 전 지사를 낙마시켰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의 희망은 지난달 안 전 지사가 김지은씨의 미투로 낙마하면서 어그러졌다. 이에 그는 청와대와 친문의 정적제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올해 3월5일 페이스북에서 “(낙마한) 안 지사를 날린 건 그만큼 두려워서겠지요. 어둠 속의 그들에겐 안 지사가 얻게 될 정보와 조직이 아킬레스건을 끊을까봐 겁이 났겠지요”라고 말했다. “안 지사도 (청와대와 친문이) 천안갑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가라 하고 당대표 받으라고(출마하라고)할 때 안희정이 안받아서(그렇게 된 것)”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노무현을 해친 놈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