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화의 봄’ 지나 남북경협 가을 오기를

‘봄이 온다’를 주제로 13년 만에 남한 예술단 방북 공연이 있었다. 남한 예술단의 공연장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답례 차원에서 ‘가을이 왔다’를 주제로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을 제안했다.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남북의 연결고리가 유지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봄이 왔다. 겨울에 잉태된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경협 재개와 같은 경제 이슈보다는 외교, 안보 이슈를 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70년의 분단기간 동안 남북정상회담은 두 번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은 분단 45년 동안 이뤄진 아홉 번의 정상회담 중, 통일이 되기 전 10년 동안에만 무려 일곱 번의 만남이 있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더욱 빈번한 정상 간의 만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평화를 바탕으로 남북경제교류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주체는 바로 중소기업이 돼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남북경협의 주역은 중소기업이었다. 최초의 남북 민간교류인 남포공단(1992년)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도 적극 기여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관련된 기업 중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첫 시작부터 함께해온 26년 경력의 남북경협 베테랑이다.

북한 내에서도 시장경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북한 전역에 400여개의 시장이 존재하며, ‘돈주’라 불리는 신흥자본가 계층이 등장했다. 하지만 농어업, 광업 등 기초 산업의 비중이 54.9%에 달하기 때문에, 북한은 경제성장을 위해 시장화와 더불어 후발 산업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 중소기업의 북한 진출은, 낮은 인건비와 언어가 통하는 양질의 노동력 활용, 그리고 해외공단과 비교하여 물류시간 단축 등의 장점이 있다. 북한은 산업화를 이룰 수 있으니 상호 윈윈이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은 남북경협에 있어 유리한 조건과 경험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남북경협사업의 특성상 정책수립단계에서는 소외돼 왔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90번째 과제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 구현’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계와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연계할 수 있는 10대 사업과제를 정부에 제안했다. 제안한 과제 중에는 DMZ 남북기술교육센터 설립과 같이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즉시 추진 가능한 사업도 있으며, 남·북·중·러 혁신클러스터단지 조성, 북·중·러 접경지역 내 원자재 생산·공급 단지 설립 등 중장기적인 다자협력사업도 있다.

좋은 구상과 중소기업이라는 행동주체가 있으니, 이제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 평화가 그 마당을 제공해 줄 것이다.

올해는 김구 선생이 분단을 막기 위해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나 남북협상을 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비록 당시에 분단을 막지는 못했지만, 후대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나아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대로 가을은 올 것이다. 올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의 꽃을 활짝 피우기를 바란다. 이를 계기로 올가을에는 경제교류 재개라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경제교류의 중심에 중소기업이 함께 할 것이다.

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