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19 23:17:04
기사수정 2018-04-19 23:17:03
수사 신뢰도에 치명타…야권 특검 요구 거세질 듯
서울청장 간담회땐 "김 의원 메시지 거의 읽지도 않아"…"그땐 보고 못받아"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48, 필명 '드루킹')씨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언론에 거짓말을 한 셈이 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 당시 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사건 연루 여부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김 의원에게 대부분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거의 읽지조차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매우 드물게 '고맙다'는 의례적 인사 메시지를 보낸 적은 있다고 이 청장은 말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19일 '김경수 의원도 드루킹에게 기사 인터넷 주소(URL)를 보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14개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14건 중 10건이 URL"이라며 "이 사항은 수사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기자간담회 시점까지는 이같은 사항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간담회 시점이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분석이 초기 단계였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이 청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부 설명이 김 의원을 감싸주는 셈이 된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섣불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큰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어 이번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일은 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씨와 김 의원의 메신저 대화 양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의 '수동성'만 부각하고, 김 의원이 김씨에게 URL을 보낸 것과 같은 '능동적' 행위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점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오는 6월 말 정년 퇴임하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이을 차기 경찰 총수 후보 가운데 유력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경찰청장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며, 경찰청장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돼 있다.
이 서울청장은 김 의원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정부·여당 눈치보기 수사'라는 야권의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보고를 못 받았다는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큰 문제다. 국민적 관심사를 설명하는 공식석상에서 발언의 최종 책임을 지는 지방경찰청장이 수사라인의 보좌를 제대로 받지 못할 만큼 조직 체계와 기강이 엉망임을 보여준다.
김 의원이 '드루킹' 김씨와 소통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능동적 모습을 보인 정황이 드러난 만큼 향후 수사에서 김 의원 소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야권의 특별검사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건 수사에서 가장 관심도가 큰 부분을 놓고 경찰이 거짓말을 한 꼴이 된 만큼 경찰 수사를 믿기 힘들다는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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