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들어 낼 돈이 없다"… 버티는 체납자들

경찰·도로公, 체납차량 단속 / 작년 1조286억원 달해 특단 조치 / 적발된 운전자들 ‘모르쇠’ 일관 / 승강이 끝에 번호판 영치되기도 / 고액·장기체납 땐 재산압류 방침
지난해 1조원이 넘은 체납 과태료 징수에 경찰이 ‘칼’을 빼들었다. 전국 도로 곳곳에서 과태료 미납자의 차량을 적발해 체납액을 받아내거나 그래도 거부하면 번호판을 뜯어내 보관·처분하는 영치 조치를 취하는 등 ‘과태료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은 “돈이 없다”고 버티거나 되레 “돈 내라는 고지서를 못 받았다”며 항의하기 일쑤라고 한다.

주말을 앞둔 20일 경기도 구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남양주 톨게이트에선 서울경찰청이 한국도로공사와 합동으로 과태료 체납 차량 단속을 벌였다. 경찰관 20명과 도로공사 직원 10여명이 오전부터 톨게이트 일부 차로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이윽고 상습 체납자 명단에 오른 A(55)씨가 적발됐다. 그는 속도위반 등 6건의 과태료 38만2000원을 내지 않았다. 차량이 영치 대상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A씨는 오히려 배짱을 부렸다. 그는 “먹고 사느라 바빠 돈을 못 냈다. 낼 돈도 없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다. 경찰은 승강이 끝에 차량 앞쪽에 나붙은 번호판을 떼어냈다. A씨는 투덜거리며 번호판 없는 차를 몰고 의왕에 있다는 집으로 향했다.

트럭 운전자 B(34)씨는 번호판을 옷으로 가리고 운행하다 단속 요원들 제지를 받았다. “과태료 체납 단속을 피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경찰의 추궁에 B씨는 “날이 갑자기 더워져 옷을 걸어놨다. 고의로 가린 게 아니다”고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B씨는 체납 과태료 징수와 별개로 번호판을 가린 행위에 관한 조사를 받으러 인근 경찰서로 이동했다.

20일 경기 구리시 수택동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남양주 톨게이트에서 경찰이 도로공사와 합동으로 과태료 체납 및 대포차 일제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
단속 경찰관은 “과태료 체납 차량을 적발해도 ‘사는 게 힘들어 낼 돈이 없다’며 버티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라며 “상당수는 ‘돈 내라는 고지서를 못 받았다’, 독촉장을 보냈다고 하면 ‘독촉장도 못 봤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좀 당혹스럽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찰에 따르면 30만원 이상 과태료를 체납하면 차량 번호판은 영치 대상이 된다. 지난해 번호판을 영치당한 차량은 6만8423대에 이른다. 만약 영치된 차량을 운행하다 적발되면 이번엔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체납자가 독촉장을 받은 뒤에도 돈을 안 내면 차량이 아예 압류될 수 있다. 다만 경찰은 체납액이 100만원 이하 소액이면 곧장 차량을 압류하는 대신 자진납부를 유도한다.

지난해 과태료 체납액이 1조286억원에 이르면서 경찰은 ‘과태료 징수 강화대책’까지 세워 집행에 나서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고액·장기 체납자가 운행하는 차량은 수배 조치를 내리고 재산조회를 거쳐 차량은 물론 예금·급여·부동산까지 압류한다는 방침이다. 요즘 전국의 지방경찰청들은 자체적으로 특별징수팀을 꾸려 과태료 완납을 목표로 오는 6월까지 대대적 징수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과태료 체납자가 외국에서 운전을 할 수 없도록 국제운전면허 발급을 제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도 이뤄졌다. 개정안을 제안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과태료는 안 내고 버티는 ‘얌체족’을 제재함으로써 준법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