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공무원 ‘훈계장’ 언론에 흘렸다고 군청 감사과장 조사하는 경기도 감사관실

징계 대상인 위법 양평군 직원, 솜방망이 ‘훈계처분’한 사항은 외면
훈계처분 언론에 설명한 감사과장은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
‘비밀엄수의 의무’ 위반한 양평군 부면장, 반성은커녕 감사관실에 민원제기
위법한 직무수행이 확인된 지방공무원의 ‘행정처분’ 내용을 언론에 설명한 일선 기초단체 감사과장이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도 감사관실의 조사를 받았다.(세계닷컴 2018년 3월18일자 ‘양평군 희한한 면장 구하기’ 보도 참조)
경기도 양평군 양평군청사 전경. 양평=전상후 기자
경기도 감사관실은 지난 20일 조사담당관 소속 직원 2명을 양평군청에 파견, 이모 감사과장이 지난달 중순 양동면 부면장(지방행정 6급) A씨의 훈계처분 사항을 언론에 설명한 사안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벌였다. A씨가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였다.

이 감사과장은 지난달 세계일보가 감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A씨에게 내려진 훈계장을 이름을 가린 채 보여주며 위법업무를 지시한 면장은 면책, 부면장에 대해서만 ‘훈계 처분’한 사정을 설명했다. 이를 놓고 A씨는 이 감사과장이 언론에 감사 결과를 밝힌 것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며 감사관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A씨는 면장의 지시를 받고 민간법인의 문건 2개를 외부로 흘려 지방공무원법 제52조(비밀엄수의 의무)를 위반했다. 그러나 양평군은 면장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지 않고, A씨에게만 경미한 ‘훈계’ 처분을 내렸다. 이 감사과장은 이에 대해 “면장이 비밀엄수에 반하는 지시를 한 건 맞지만, 지시를 받은 A씨가 ‘부당한 지시는 못 따르겠다’고 하는 등 강하게 거부하지 않은 채 자발적으로 문건을 외부에 내준 사실이 확인돼 A씨만 훈계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밀엄수의 의무’ 위반 지방공무원에 대한 징계규칙(행정자치부령 제107호)

그러나 이같은 처분은 관련 법규에 어긋난다. 현행 지방공무원법 징계규칙(행정자치부령 제107호) 별표1(5번 가항)에 따르면 위반 정도에 따라 최소 견책·감봉부터 파면까지 4단계로 나눠 징계한다. 훈계는 징계규칙에 포함되지도 않은 가벼운 처분이다. 비밀의 누설·누출의 경우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있으면 ‘파면’에 처하며, 비위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감봉∼견책 징계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면장이 징계 처분을 받지 않은 것은 군수 측근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양평 지역 주민 B씨는 “자유한국당 소속인 현 군수가 차기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며 “자신이 임명한 면장을 살려둬야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유리하고, 2년 후 치러지는 총선 때도 유리하다는 점을 노리고 면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양평군이 ‘징계’ 대신 ‘훈계’ 처분을 내리는데 고위층의 지침이 없었는지를 경기도 감사관실이 명확히 밝히는 것은 물론, 잘못된 징계기준을 다시 적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창보 경기도 조사담당관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다 조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현재는 (훈계처분을 받은 양평군 직원이) 개인정보를 흘렸다며 민원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양평=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