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22 20:45:30
기사수정 2018-04-22 20:45:30
산업硏 ‘美·中 무역전쟁과 세계경제 대변화’ 보고서/中, 反美 감정 증폭 속 정면대응 계속 땐/ 美, 통상법 301조 실행 전면전 비화할 듯/“신기술 베끼기 제동 걸린 中 산업 조정기/ 韓, 4차 산업혁명 선진국 될 기회 잡아야”/ 美 세이프가드로 대미 세탁기 수출 45%↓/철강 고율관세맞은 넥스틸, 美서 소송전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미·중 무역전쟁이 그동안 중국의 추격으로 설 곳을 잃던 한국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22일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제의 대변화, 한국 산업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는 무역정책으로 무역적자를 개선하려고 하고, 이에 중국이 정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미국이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대중 무역 제재를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한 잇단 압박에도 대중 무역적자가 감소하지 않음에 따라 301조 고율 관세를 실행하고 다른 무역제재 수단까지 동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적자 축소를 목표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한 초조감에 휩싸이면서 엄포가 아닌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도 국민의 반미 감정 증폭 등으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아 정면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다만, 중국이 시장개방과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유럽연합(EU)이 적극 중재하면 통상갈등이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할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가 첨단제품 수출 규제와 함께 중국의 미국 내 첨단기업 인수합병(M&A) 저지 등을 통해 중국의 신기술 획득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미·중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의 신기술 분야 무분별한 베끼기를 어느 정도 막아줌으로써 한국 산업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로 중국에서 만든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면 중국 내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미국이나 제3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상위 500대 수출기업 가운데 58%가 대만, 미국, 한국, 일본 등 외국 기업인데,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중 59%가 외국 기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이 이전하면 중국 무역흑자와 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신경을 뺏긴 사이 한국 산업은 미국, 일본, EU와의 신기술 산업협력 등을 통해 혁신역량을 키우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윤종 4차산업혁명연구부장은 “그동안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강화해온 중국 산업이 조정기를 맞으면서 우리가 천금 같은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은 기회”라며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4차 산업혁명의 선진대열에 진입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대미 세탁기 수출이 거의 절반이나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5500만달러 대비 45.4% 감소했다. 세이프가드는 지난 2월 7일 정식 발효됐다.
정부는 미국 세이프가드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품의 추가 관세 부담액이 연간 4억8000만달러(세탁기 1억5000만달러, 태양광 3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문구 하나를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율의 관세를 맞은 넥스틸은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넥스틸은 지난 19일 상무부의 유정용강관(OCTG) 반덤핑 관세 연례 재심 최종판정 결과에 대해 미국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했다. 넥스틸은 상무부의 관세 부과가 충분한 증거가 없고 관련 법규에 위배된다며 CIT가 상무부에 시정 명령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12일 넥스틸이 수출하는 유정용강관에 75.81%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최종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예비판정에서 부과한 46.37%보다 29.44%포인트 높다.
이천종·조현일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