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뇌물·정치자금·단순 거래… 경찰 앞에 세 갈래 수사길

김경수 보좌관·드루킹 돈 거래/500만원으로 인사 청탁 설득력 약해/추가적 거래 없으면 뇌물죄 안 될 듯/불법 정치자금 청탁 없어도 처벌 가능/
드루킹 보낸 협박성 메일 설명 안 돼/대선 이후 빌려 드루킹 구속된 뒤 갚아/사건 종결 가능성에 석연찮은 점 많아
네이버 댓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필명 ‘드루킹’ 김모(49·구속)씨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A보좌관 간의 500만원대 금전거래 정황이 앞으로 수사 방향을 좌우할 ‘스모킹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A보좌관에게 적용할 혐의가 달라지고, 김 의원과 김씨 관계에 대한 해석 또한 바뀔 수 있다. 특히 500만원이 오간 시기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뇌물이냐, 정치자금이냐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드루킹이 A보좌관에게 건넨 돈의 성격은 우선 3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해석은 ‘뇌물’로 보는 것이다. 이 경우 김씨가 김 의원에게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후 자신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카페 회원인 도모(61) 변호사를 주일대사 또는 오사카 총영사로 갈 수 있게 부탁한 점은 김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500만원을 인사청탁에 따른 일종의 사례금으로 볼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500만원을 뇌물로 건넸다기에는 금액이 너무 적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현실적으로 주일대사나 오사카 총영사를 청탁하려면 그보다 수십 혹은 수백배의 돈을 써야 한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김씨 측이 건넨 돈이 뇌물이라고 하면 일단 500만원만 줬을 리가 없다”며 “추가적 금전거래 정황이 나오지 않는다면 뇌물죄 성립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500만원을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으로 볼 수도 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에게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을 건넬 때 까다로운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규정을 무시한 채 불법 자금을 건넨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인에게 돈을 주면서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어도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성립한다. 수사기관들 사이에선 액수가 뇌물로 보기엔 소액이고 이 경우 김 의원은 몰랐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경찰이 A보좌관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리란 관측이 나돈다. 다만 이 경우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부분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선거운동 나선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21일 같은 당 소속인 백두현 고성군수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단순 거래라기엔 해명 석연찮아

500만원의 성격과 관련해 A보좌관은 “개인 간 금전거래였다”고 밝혔다. 그의 해명대로 개인 간 단순 금전거래였다면 사건은 무난히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사인 간의 금전거래라고 보기에 석연찮은 구석이 제법 있다.

일단 돈을 주고받은 시기가 다소 수상쩍다. 김씨는 A씨에게 대선 이후에 돈을 건넸고 A씨는 김씨가 구속된 뒤에 갚았다고 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될까봐 급하게 돈을 갚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대선 이후에 굳이 일반 금융기관이 아닌 김씨에게서 돈을 빌린 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A씨를 조만간 소환해 돈의 성격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경찰은 500만원 이외에 또 다른 돈이나 현물이 오간 정황은 없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명목으로 돈을 주고받았는지, 특정한 대가를 내건 적은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