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댓글 통한 여론조작의 유혹…'기술자'는 웃는다?

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권력이 개입된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명명하면서 특별검사제도(특검)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이에 반해 여당은 '당과 관계없는 개인의 일탈'이라면서 명확한 근거나 증거가 없는 마녀사냥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수언론과 야권이 제기하는 정치권의 조직적 배후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삼아 하루빨리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 측근이 관련 있는 사건일수록 수사 공정성 시비가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댓글 조작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현 정부에 인사청탁을 할 정도로 지난 대선과정에서 실제 큰 공이 있었는지, 아니면 흔히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브로커인지 명확하게 규명해야 합니다.

온라인 공간의 댓글 조작은 여론 왜곡으로 엄중한 범법행위입니다.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여론시장 작전 세력'에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과 검찰은 하루빨리 진상을 밝히고, 업체들은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이하 드루킹)씨가 범행동기에 대한 진술을 번복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광범위한 댓글 조작 불법행위를 의심받고 있지만, 지지하는 인물에 대한 이른바 '선플운동'을 한 것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런 드루킹의 진술 번복과 불법행위 정황에 대한 반박은 앞으로 이어질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구속된 뒤 2차례 경찰과 접견 조사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새 정부 들어서도 경제민주화가 진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만을 품었다"며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 추천을 거절한 김경수 의원에게도 불만이 있어 우발적으로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수진영 소행으로 보이려는 의도"라고 밝혔으나 진술이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어떻게든 김 의원과 엮여 가면 자신의 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기보다는 김 의원과의 관계를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

이같은 김씨의 진술 변화가 김 의원의 해명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김씨와 김 의원 사이에 어떤 '공통의 이익'이 있었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의원과 김씨 간의 지시 관계가 명확하진 않아도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경찰 수사는 김 의원과 김씨 사이의 공모관계를 비롯 지시·보고·묵인 유무, 공통의 이해관계 여부 등을 규명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김씨는 일반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김 의원으로부터 특정 기사 링크를 전달받고, 간단히 답변한 사실만으로는 김 의원에게까지 형사상 책임을 따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결국 김 의원의 형사상 책임 여부를 가늠하려면 김 의원이 드루킹 측의 불법 매크로 사용이나 타인 아이디 명의도용 등 불법행위를 알았고,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드루킹 '공통의 이익' 있었을까?

일각에서는 범행동기에 대한 진술 변화를 놓고 김씨가 김 의원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에 대한 반발이 범행의 동기였다는 점을 강조해 공모관계를 부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김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거나, 정치권과 언론 등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김 의원이 내놓은 입장이 드루킹 측에도 참고자료가 돼 양측 진술이 결과적으로 말 맞추기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씨가 선플 운동을 해왔다고 강조하는 점도 향후 경찰 및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 과정을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자신이 타깃(목표)으로 삼은 특정 정치인이나 세력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악성 댓글 조작이라면 형사처분이 뒤따를 수 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지원·후원하기 위한 자발적인 것이라면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각종 사실과 관련해 범죄 의도나 고의성을 부인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형사사법 절차에서는 고의범 처벌이 원칙이며, 일부 예외적으로 과실범도 처벌한다. 다시 말해 고의성을 제거하면, 그만큼 가벌성(可罰性)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포털 댓글 정책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네이버 운영 방침 개편 속도낼까?

김씨의 댓글 여론조작으로 인한 파장이 확산하면서 포털 댓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론 형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뉴스 댓글이 특정 세력의 개입에 사실상 무방비라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나면서, 댓글 정렬 기준 개선과 댓글 실명제 도입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댓글 통계 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한 번이라도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적이 있는 아이디는 170만여 개다. 그중 3000여 명이 1000개 이상 댓글을 달았다.

국내 인터넷 사용 인구 4500만여 명에 비하면 그야말로 극소수가 인터넷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특정 세력의 '놀이터'나 다름없는 포털 뉴스 댓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교통방송 의뢰로 인터넷 댓글 실명제에 대해 전국 성인 9919명(응답률 5.1%)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4.4%p)한 결과 '악성 댓글을 근절하고 타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5.5%를 기록했다. 이는 '과도한 통제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23.2%)보다 3배 가량 높은 것이다.

리얼미터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 지지층에서 보수 지지층보다 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최근에 발생한 댓글 조작 사건의 여파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댓글 정책 개선 요구와 입법도 쏟아지고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의 '공감순 우선정렬' 댓글난은 빠른 시간 안에 공감을 많이 받는 특정한 소수 댓글의 영향력만 강화시킨다"며 "드루킹 같은 조작세력에게 여론조작이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댓글 정렬을 무작위나 최신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가 인위적인 댓글 조작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갖추도록 하고, 조작 시도를 발견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기회에 국내 포털이 자신들의 사이트 안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인링크(inlink)'가 아닌,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구글과 같은 '아웃링크(outlink)' 방식으로 서비스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댓글 실명제나 아웃링크 전환 등은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방안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댓글 서비스 운영 방침 개선 등에 대해선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 논객은 최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는 업무방해를 주장하지만 실제 드루킹이 올려준 트래픽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을 봤다"며 "네이버는 검색 사이트를 가장한 유사 언론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부터 댓글 논란의 원천을 지속적으로 제공한 게 누군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댓글, 언론 기사 유통 3가지 비즈니스를 포기해야 한다"며 "그래야 댓글 공작과 같은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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