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고 작은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조현아(44)·조현민(35) 자매가 한진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다.
커지는 논란에도 침묵을 지키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일가가 탈세 의혹을 받으며 관세청 압수수색까지 이어지자 지난 22일 사과와 함께 두 딸의 경영 퇴진이라는 수습책을 내놨다.
더욱이 자신의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이 악화한 점도 수습책을 꺼내 든 계기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탈세나 밀수 등 잇따라 불거진 의혹에 대한 언급은 없어 형식적인 사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공사현장 작업자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설계도면을 던지는 등의 행위가 담긴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사과문 발표? 탈세, 밀수 관련 의혹 해명 無…"국민들은 두 번 속지 않는다"
조 회장은 이날 최근 한진 일가가 빚은 논란에 대해 국민과 대한항공 직원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두 딸의 퇴진 방침을 밝혔다.
조 회장은 먼저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과 대한항공 임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 전무는 '물컵 갑질'이 알려진 지 10일 만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 회의를 하면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동생이 일으킨 '갑질' 논란의 불똥은 언니에게도 튀었다.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동생의 '갑질' 논란으로 한달만에 복귀가 없던 일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복귀 당시에도 집행유예 기간중이어서 복귀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대중의 분노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실제 사법 처리 가능성은?
조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파문은 이명희 이사장의 '막말 논란'을 거치면서 한진 일가 전체에 대한 불법 탈세 논란으로 번졌다.
게다가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제보자는 이 영상이 "2014년 5월에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 공사 때 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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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의 이번 사과문의 내용은 '물컵 갑질'에 집중됐고, '최근 한진 일가가 빚은 논란'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져 있어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조 회장이 수습책을 내놨지만, 경찰·검찰의 수사 결과와 관세청 조사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을 비롯한 일가가 처벌 받게 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전문경영인(부회장)으로 보임하겠다고 했다.
다만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석 부회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룹 총수인 조 회장과 장남 조 사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소신껏 경영에 집중할 환경이 되겠냐는 것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으로 지목한 석 부회장은 조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어서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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