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23 23:45:57
기사수정 2018-04-23 23:45:55
경찰 부실수사 국민 신뢰 잃어 / 김경수 의원 말도 자꾸 바뀌어 / 특검 받고 국회 정상화 서둘러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어제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민주당은 특검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당이 6·13 지방선거 때까지 정치공세 차원에서 특검을 이용하려 한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 “경찰이 감추거나 확인을 하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경의 수사가 이미 국민 신뢰를 잃은 만큼 여당의 특검 수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애초에 경찰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 사건의 전모와 실체가 투명하게 드러났다면 이같이 특검 요구가 비등하지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 부산을 떠는 경찰은 연일 찔끔찔끔 새로운 사실을 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거짓말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어제 필명 ‘드루킹’ 김모씨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보좌관과의 금전거래’를 언급하며 협박 메시지를 두 차례 보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김씨가 보낸 메시지에 두 차례 답장을 했다. “김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메시지를 김 의원은 대부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처음 경찰의 입장이었다.
김씨에 대한 김 의원의 말도 계속 바뀌고 있다. 김 의원은 14일 1차 회견 때는 의례적으로 감사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고 하더니, 이틀 뒤 2차 회견 때는 김씨에게 기사 URL(인터넷 주소)을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 수사에서는 김 의원이 김씨에게 10여 차례 기사 URL을 보내며 ‘홍보 부탁합니다’라고 했고, 김씨는 ‘처리하겠습니다’라고 응답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의원 보좌관과 김씨가 500만원을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계속되면 드루킹 사건도 다음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꼴을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2012년 12월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때 경찰은 고발장 접수 나흘 만에 “대선후보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부실 수사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2013년 3월 국회 국정조사, 같은 해 4월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재수사까지 5년 동안 추가 수사와 추가 기소, 재판이 반복됐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하루빨리 특검법을 수용하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야가 특검법을 놓고 대치하며 4월 임시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투표법 처리 시한이던 어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6월 개헌은 물 건너간 것이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남북정상회담까지 앞둔 마당에 여야가 정쟁을 계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