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24 07:34:40
기사수정 2018-04-24 08:06:30
'이재명 일베 회원설' SNS상 급속도 전파 / 누리꾼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사퇴해야” / 이재명 측 “일일이 대응 자체가 부적절” / 가입 사실만으로는 비난 근거 부족 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보수 성향 온라인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가입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일베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일베 회원설’은 지난 22일 오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후보의 개인 이메일 계정인 ‘ljm631000@nate.com’을 일베 사이트가 제공하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인증 메일 재발송’ 기능 등에 입력할 때 본인 인증 정보를 담은 이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됐다는 알림이 뜨기 때문이다. 해당 기능에 일베 미가입자의 이메일 계정을 입력할 경우 메일은 발송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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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의 ‘인증 메일 재발송’ 기능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이메일 주소(ljm631000@nate.com)을 입력할 때 (왼쪽 사진) 본인 인증 정보를 담은 이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회원 미가입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경우. 온라인 캡처 |
세계일보 취재 결과 해당 이메일 주소는 이 후보의 개인 계정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홈페이지의 시정운영방향 페이지에 인사말과 함께 “시정의 참신한 의견을 수렴하겠습니다”라며 해당 이메일 주소를 적었다. 이 후보는 트위터상에서도 지지자들과 소통할 때 “제 개인 메일입니다”라며 해당 주소를 알리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시장의 이메일 계정이 기존 일베 회원에게 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는 가능성이 작다. 일베는 회원 가입 시 이중 절차를 거친다. 입력한 이메일 계정으로 ‘본인 인증 링크’ 메일이 전송되면, 이 링크에 따로 접속해야만 가입이 완료된다. 취재 결과 가입이 완료된 회원만이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인증 메일 재발송’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타인이 회원 가입 절차에서 이 후보의 이메일 주소를 도용했더라도 이 후보 계정으로 전송된 본인 인증 이메일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가입을 완료할 수 없고, 따라서 홈페이지 내 기능 또한 이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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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홈페이지 이메일 성남시. 홈페이지 캡처 |
이 후보의 ‘일베 가입설’이 불거지자 일부 누리꾼은 이 후보가 경기지사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간 일베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세월호 희생자 비하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만큼 이 후보가 일베 회원이라면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이에 이 후보 측은 2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일베 가입 여부를) 한 번 확인해보겠다”면서도 “(이런 의혹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라고 밝혔다.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더 크게 이슈화하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언론을 통해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과정에서도 ‘혜경궁 김씨’ 등의 네거티브에 시달렸는데 후보 확정 후에 숨 고를 시간도 없이 SNS상에서 또다시 네거티브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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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달 14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열린 민선 5·6기 성남시장 퇴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성남=뉴스1 |
또 단순히 일베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후보가 일베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거나 일베와 같은 성향을 지녔다고 간주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므로, 적극적인 해명이 불필요한 사안이라는 판단도 깔렸다. 이 후보 측은 “만약 일베 가입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간 일베에서 이 후보에 대한 음해가 심각했으므로 어떤 음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