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25 03:00:00
기사수정 2018-04-24 23:29:49
금천구 독산동, 현대미술&광고산업과의 긴밀한 연결고리…포스터와 다양한 오브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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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의 문화와 예술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을 담고 있는 석판화 포스터를 전시하는 MOVA(모바). |
◆볼거리 가득한 19세기 유럽 일상 속 특별한 여정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서울로 진입해 서부간선도로를 지나다보면 금천구 독산동 금천교 바로 옆에 유난히 눈에 띄는 노란색 빌딩이 나온다. 4∼5층 외벽에는 벽을 뚫고 들어간 자동차로 보이는 조형물이 인상 깊다.
지나며 수십 번은 보았을 그 건물 안에 ‘19세기 유럽의 일상 속으로’ 안내해주는 오리지널 석판화 포스터 뮤지엄이 있을 줄은 까맣게 몰랐다.
최근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그곳을 방문하게 됐다. 건물은 친환경 패키지&인쇄 전문 기업 ㈜태신인팩(대표 서명현) 본사 사옥이고, 3층에 ‘뮤지엄 오브 빈티지 포스터 아트(Museum of Vintage Poster Art·MOVA )’가 자리잡고 있다. 2016년 5월 개관한 MOVA에는 서명현 대표가 20년간 유럽 각지를 돌며 수집한 오리지널 석판화 컬렉션 100여 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관람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휴관한다.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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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없는 식탁은 태양이 없는 하루와 같다’라는 프랑스 속담이 있듯이, 19세기 유럽에서는 와인·샴페인 등 주류와 관련된 포스터가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MOVA 제공 |
MOVA(모바)에는 전 세계에 4점밖에 존재하지 않는 하인즈 슐츠 노이담 감독의 희귀본인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대형 오리지널 포스터를 비롯하여 레오네토 카피엘로가 녹색 악마를 형상화해 그린 압생트 광고 포스터, 포스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쥘 셰례의 작품과 20세기 그래픽 포스터 시대를 개척한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 등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석판화란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판화로써 석회석으로 된 평평한 판 표면에 그림을 직접 그린 후 찍어내는 인쇄 기법을 일컫는다. 18세기 처음 등장한 석판화 기법은 짧은 시간 안에 대량으로 인쇄물을 제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어 현대 인쇄기술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MOVA의 전시 작품들은 모두 석판화 기법으로 제작된 오리지널 인쇄물로써 인쇄 기술 발달 과정에 있어서 상당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예술·역사적 가치 돋보이는 오리지널 석판화의 세계
석판화 기법은 이전 세대의 목판화 기법과 비교하여 다양한 색채로 정교한 표현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이에 따라 석판 포스터 역시 기존의 포스터가 가지지 못했던 뛰어난 예술성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 MOVA에 전시된 작품은 화려하고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낼 만한 생동감과 생생함을 선사한다.
MOVA 포스터는 19세기 유럽의 문화예술을 비롯하여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사를 담고 있다. 공연·전시회 등 문화 행사의 홍보부터 술·과자와 같은 생활용품 판촉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각각의 포스터는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과 문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에 따른 트렌드 변화를 보다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느끼게 해준다.
MOVA에 들어서면 관람객의 눈 앞에 19세기의 흑백 사진들과 음악, 화려한 석판화 포스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마치 당대에 존재하던 여러 종류의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포스터로 가득 찬 거리, 그 거리를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19세기 파리의 골목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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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ertisement for petroleum Saxoleine. Jules Cheret, Lithography, 87.5cmX124cm, c.1900. 삭솔렌 상표의 안전 등유 광고. 흰 색이며 냄새가 없고 불이 붙지 않는다는 광고 내용과 5리터 들이 깡통으로 판매한다고 써 있다. MOVA 제공 |
◆현대광고의 시초이자 마케팅 수단인 ‘포스터’ 역할 재조명
MOVA는 크게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스터의 아버지 쥘 셰례, 피카소 아비뇽의 여인들의 영감을 준 툴루즈 로트렉, 19세기 포스터의 대중화를 이끌며 현재까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레오네토 카피엘 등 포스터 거장 3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제1 전시공간, 다양한 테마의 빈티지 포스터로 가득 찬, 제2 전시 공간은 현재 마케팅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의 광고 포스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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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otion for art exhibition. Pablo Picaaso, 40cmX60cm, c.1972. 프랑스의 세레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작곡가 데오다 드 세베락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홍보 포스터. 파블로 피카소의 자필 서명을 볼 수 있다. MOVA 제공 |
공간마다 배치된 크고 작은 오브제 역시 눈길을 매료한다.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이는 오래된 레터프레스 기기부터, 활자, 출판인쇄 도구와 각 포스터의 주제가 되는 실제 제품들은 감각적으로 배치하여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마지막 공간은 빈티지 포스터 아트상품 및 전시 도록을 구매 할 수 있는 아트숍, 세계적인 아트북 브랜드 타센(TASCEN)의 다양한 디자인 서적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감미로운 커피 향이 가득한 편안한 휴식공간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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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악마’라고 불리는 압생트 모랭키나의 광고 포스터로 레오네토 카피엘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본 포스터의 크기는 무려 212X380cm에 달한다. MOVA 제공 |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금천구의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
서 대표는 “대중 문화의 산물이자 현대 상업미술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19세기의 다양한 포스터를 통해 각각의 포스터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산물로서의 역사적 가치와 창작물로서의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MOVA는 단순히 미술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아니라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예술적 감각을 공유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문화 교류의 장소로서, 독산동 문화예술의 랜드마크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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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감성이 돋보이는 레터인쇄기부터 활자 등 인쇄 관련 오브제도 전시 돼 있고, 빈티지 포스터 아트상품 및 전시 도록을 구매 할 수 있는 아트샵과 세계적인 아트북 브랜드 타센의 다양한 디자인 라이브러리, 감미로운 커피 향이 가득한 편안한 휴식공간 카페로 마련 돼 있다. MOVA 제공 |
차은실 MOVA 큐레이터는 “19세기 포스터는 산업혁명과 맞물려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으며 동시에 대중과 사회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기존까지 문자 위주 포스터의 오랜 관습을 깬, 컬러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시각적 집중도를 높임으로써 대중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광고 기능을 강조하였으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허물면서 현대미술과 광고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