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예방접종 주간(World Immunization Week)이다. 올해는 24~30일에 해당된다.
WHO는 2012년부터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부터 모든 이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이 주간을 정해 기념 중이다.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것도 목적인데 실제 여러 국가가 이 기간 주간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주간의 주제는 전세계적으로 예방접종 활동을 강화하자는 뜻에서 ‘프로텍트 투게더 백신 워크’(Protected Together, #Vaccines Work)로 지정됐다.
백신 주간의 그간 실적은 정평이 나 있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6년 전세계적으로 1억1650만명의 유아가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3회나 접종 받았다. 2000년 대비 2016년 들어 홍역에 의한 사망률은 84% 낮아졌으며, 소아마비(폴리오) 발병률은 1988년 이래 99% 하락했다. 그 결과 현재 3개 나라에서만 소아마비가 유행 중이다. 1988년 125개국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결과라 하겠다.
◆수많은 시험 거쳐 탄생한 백신 안심하고 맞아도 돼
때때로 백신의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백신은 안전하다’는 게 식약처 측 설명이다. 허가를 받아 시장에 출시되기 전 수많은 시험을 거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신의 시험 과정을 매우 까다롭다. 허가 전 비임상 시험부터 거치는데, 이는 동물에서 백신의 독성을 비롯한 안전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어 1상 임상시험에서는 수십명의 사람을 상대로 안전성을 다시 확인한다. 3상 임상에서는 수백~수천명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백신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시적인 발열과 같은 경미한 증상이 대부분이라고 식약처는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가출하승인제도라는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통해 생산 회사에서 백신의 역가(力價)와 순도, 안전성, 무균성 등에 대해 제조단위별로 시험한 뒤 다시 식약처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합병증 위험도 낮춰져, 발병도 초래하지 않아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작용해 자연 감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그렇다고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 반응을 얻으려는 행위는 금물이다. 뇌수막염(Hib)에 자연 감염됐다가는 자칫 인지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밖에 풍진에 의한 유산,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 홍역에 의한 사망 등에 따라 치러야 하는 고통과 치료비용, 사회생활 피해는 엄청나다. 이에 반해 백신은 질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감염병에 의한 잠재적인 합병증의 위험도 낮춰준다.
◆임신부와 어린이 등 인플루엔자 고위험군 예방접종 필수
당장 우리 주위에서 유행하지 않더라도 감염원은 지금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계속 사람을 앓게 한다. 갈수록 전세계가 높은 수준으로 연결되고 있는 만큼 이제 감염원은 지리학적인 경계선을 쉽게 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서유럽에서 홍역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국가에서 종종 발병한다. 오스트리아나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 선진국도 발병국에 포함된다. 이밖에 불가리아와 그리스, 러시아 연방, 세르비아, 타지키스탄에서도 홍역 발병 보고가 있었다. 대서양 건너 미국 역시 홍역 안전지대는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예방접종을 받는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며 “우리뿐 아니라 주변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하는데, 임신부에게 백신을 투여하면 신생아까지 예방된다”고 강조했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30만~50만명의 사망자를 초래하는 심각한 질병인 인플루엔자 역시 예방접종이 필수다. 특히 임신부와 어린이,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과 천식이나 심장병과 같은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이 등이 고위험군이다. 다만 현재 6개월 미만의 아기에게 투여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허가되어 있지 않다.
◆백신과 자폐증은 연관성 없어
1998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홍역과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 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과 자폐증 간 연관성이 제기됐으나, 이후 그 과정에 치명적 결함이 있었고 거짓으로 밝혀졌다. 결국 해당 연구 논문은 철회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논문의 여파로 예방접종률이 떨어졌고 결국 질병이 다시 유행하게 됐다고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MMR 백신과 자폐증이나 자폐 장애가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모든 예방접종이 성인 누구에게나 추천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와 만성 질환 등 개인의 위험 인자에 따라 필요한 예방접종이 다르다”고 조언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그래픽=손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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