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007년에 이어 역사적인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한민족을 흥분시켰다. 남북정상회담과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조건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왜냐하면 1, 2차 정상회담이 한국정부가 주도한 햇볕정책이 주요 동력이었다면, 3차 정상회담의 경우 지난해 9월 동북아 정세의 게임체인저(혁신 주도자)가 된 6차 핵실험과 올해 1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표출한 북한 신년사 이후 북한의 능동적인 전략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북한은 김일성시대의 추상적인 핵무장 의지 수준에서 김정일시대에는 선군사상의 핵심내용으로 핵무장국가 전략을 구체화했다. 체제안보 전략으로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했다고 평가된다. 김정은시대에는 ‘파키스탄 모델’을 넘어서서 ‘베트남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베트남과 같은 ‘친미비중(親美非中) 국가’를 지향하면서 핵보유를 기반으로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6차 핵실험 이후 구체화되고 있다. 북한의 수소폭탄과 결합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의 성공은 동북아 정세의 게임체인저가 됐다. 북한은 이 같은 정세 변동과 자신감을 배경으로 올해 신년사에서 통일을 12번이나 언급하면서 북한의 변화된 대남전략, 대외전략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평창올림픽 평화공세와 북·중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면서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뒤이어 오늘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향후 한반도 정세의 최대 변곡점이 될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이 같은 한반도 정세의 숨 가쁘고 역동적인 변화는 북한의 전략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회의 결정서를 통해 자신의 정리된 전략을 공표했다. ‘핵·경제 병진노선이 승리했다는 것’ ‘향후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것’ ‘핵무기의 동결과 비확산 선언’ ‘핵, 대륙간탄도미사일 테스트의 중단’ ‘완전한 비핵화는 핵군축의 관점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것’ 등을 밝혔다.
이번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에서 표명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의미가 다르다. 중앙위 결정서의 핵군축 관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과 다른 내용이 아니다. 따라서 과장도, 폄하도 아닌 균형적 평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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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우 세계일보 외교안보자문단(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