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서 ‘뚜둑’ 소리가 … ‘황혼의 복병’ 어쩌나

퇴행성 관절염 증상과 치료법 / 심한 통증 탓 걸음걸이 등 동작 느려져 / 방치 땐 우울증 등 유발 … 삶의 질 저하 / 아프다고 운동 외면하면 오히려 악화 / 관절 변형 심할 땐 수술·재활 병행해야
최근 김모(49·여)씨는 몇 달 만에 친정을 찾았다가 놀랐다. 어머니(74)가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릎에서 ‘뚜 두둑’소리가 자주 들리고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다고 해 관절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퇴행성 관절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아직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약물처방을 받고 운동으로 증상을 개선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 으레 생기는 질환이긴 하나 방치하면 극심한 통증에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데다 수면 부족이나 우울증 등을 동반해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대체로 노인들은 증상이 있어도 자식들의 걱정이나 부담 등을 우려해 제대로 표현을 하지 않는 만큼 가족 등 주변에서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60대 이상 10명 중 8명이 앓는 흔한 질환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로 뼈와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발생한다. 몸을 움직일 때 뼈와 뼈가 직접 부딪쳐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통증이 있으니 걸음걸이 등 동작이 느려지게 된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60대 이상 노인 10명 중 8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다.

주요 증상으로는 △앉았다 일어날 때 잘 일어서지 못하거나 △계단이나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힘들어하고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속도가 느려지고 △무릎에서 ‘뚜 두둑’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양반다리를 하거나 자세를 바꿀 때 앓는 소리를 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통증으로 움직이는 일이 고통스럽다 보니 외출을 꺼려 집안에만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신경질이 잦아지고, 우울증도 동반되는 등 노년의 삶을 황폐화한다.

◆‘O’자로 휘어 있다면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

을지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을 완벽히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최대한 통증을 줄이고 관절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변형이 이미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술적인 교정과 함께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관절 손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약물요법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약물요법은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연골보호제, 관절 내 윤활제 주사투여 등으로 통증을 경감시키는 치료이다. 간혹 처방받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성분의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반드시 전문의 처방에 따른 신중한 투약이 필요하다.

증상이 중기 이후일 경우에는 관절염 증상에 따라 관절내시경 수술, 교정절골술, 인공관절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직경 4㎜의 가는 관속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관절 내부로 삽입한 후 모니터를 통해 직접 관찰하면서 치료하게 된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찢어지고 손상된 연골을 다듬은 후, 고주파를 쏘여 관절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연골재생을 유도하는 연골성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연골손상 정도에 따라 자가골 연골이식술과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 등 연골이식술을 하기도 한다.

강북힘찬병원 이광원 원장은 “다리가 ‘O’자로 휘어 있다면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통증 때문에 어기적어기적 걷게 되고 잘못된 걸음걸이는 병의 진행을 가속화시킨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무릎의 무게중심을 바깥쪽으로 옮겨 관절염을 치료하고 휜다리도 곧게 펴주는 교정절골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골이 많이 남아 있는 바깥쪽으로 체중을 분산해 줌으로써 관절염이 생긴 무릎 안쪽 연골에 부담을 적게 줘 통증이 감소하고 관절 수명도 연장된다는 것이다. 무릎연골 중 일부만 닳은 경우라면 손상된 부분만 인공관절로 바꾸어주는 부분치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부분치환술은 최대한 자기 관절을 보존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지만 절개부위가 좁아 수술 테크닉이 까다롭다. 연골 전체가 닳았을 경우에는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하게 된다. 최근엔 인공관절 시술 시 적외선 카메라로 시술위치를 추적해 절개부위를 정확히 짚어내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수술 정확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중요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무릎이 아프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무릎 관절 주위의 근육이 약해지고 유연성이 떨어져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된다. 자신의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걷기와 스트레칭 등 꾸준한 운동을 해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걸을 때에는 약간 숨찰 정도의 속도로 1주일에 3~4일, 1회 30분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10분 정도 걷다 잠시 쉬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여 점차 시간을 늘려나간다.

평지 걷기 외에도 수영, 고정식 자전거 등도 무릎 건강에 좋은 운동이다. 평소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는 자세는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서 무릎관절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체중이 많아 나갈수록 무릎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따뜻한 목욕이나 온찜질도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뻣뻣해진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기 때문에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