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월드줌人] '이라크 전쟁' PTSD 美 남성…고통 분담하고자 다큐 제작

이라크 전쟁 참전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미국의 한 남성이 아내와 전문 제작자의 도움을 받아 비슷한 고통을 떠안은 이를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중인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WOWT 등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네브래스카 주(州) 오마하에 사는 줄리에 에타 허드슨과 그의 남편 마이클 허드슨은 내년 다큐멘터리 영화 페스티벌 출품을 목표로 전역 후 PTSD 겪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2년에 걸쳐 영상에 담아왔다.

다만, 부부를 만난 사람들이 모두 이라크 전쟁 참전자인지 아니면 일반 군복무 과정에서 PTSD를 겪게 되었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마이클 허드슨. 미국 WOWT 영상 캡처.


작품 제목은 침묵을 뜻하는 ‘silence’로 알려졌다. PTSD와 관련한 침묵을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세상 밖으로 꺼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페루의 한 제작자 도움을 받아 네브래스카 주 이곳저곳을 떠돌며,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남성들이 어떤 심적 고통을 겪는지 부부가 직접 들어보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일반인이다.

충격적이고 두려울 수도 있는 영상이지만 줄리에 역시 병영에서 나고 자란(military brat) 경험이 있으며, PTSD 겪는 남편을 옆에서 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겠다고 판단했다.

 
영상 촬영 중인 모습. 미국 WOWT 영상 캡처.


마이클은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이야기했다”며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줄리에는 “직접 보고도 그들의 아픔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더 널리 깨달음을 알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의욕과 달리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군대가 원하는 사람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버린 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입 밖에 내려고 하지 않아서다. 자신의 감정을 공개한다는 게 어쩌면 남자로서 불명예스럽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영상은 편집에 들어갔으며, 줄리에는 내년에 열리는 오마하 필름 페스티벌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페루에서도 최소 한 곳에서는 영상을 공개하기를 바랐다.

지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부부는 한 사람에게라도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클의 아내 줄리에 에타 허드슨. 미국 WOWT 영상 캡처.


줄리에는 “집에 돌아와 전투복을 벗는 게 금세 일반인이 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그들은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으며, 모두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제작비로 들어간 약 1만달러(약 1070만원)는 다행히 충당했지만, 개봉과 배포까지 아직 5000달러(약 535만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온라인 모금운동 사이트에서도 이들을 위한 페이지가 개설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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