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적 묘사 생략, 특징만 단순하게… 단색 화면에 클로즈업 된 초상화

현대 초상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 전시회
코카콜라 걸
백화점 쇼윈도나 광고판 이미지들이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보다도 더 현대미술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나 광고 영상 이미지들은 시대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대 초상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92)는 단색의 대형 화면에 클로즈업되거나 잘라낸 인물을 배치한다. 광고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방식과 같다. 한마디로 광고판을 연상시킨다. 세부적인 묘사는 과감히 생략하고 특징만을 단순화시켜 우아함을 증대시킨다. 초상화와 추상성의 결합이다. ‘알렉스 카츠’전이 오는 7월 2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은 ‘모델과 댄서’ 시리즈다. 알렉스 카츠의 조형언어가 함축된 작품이다. 카츠는 1960년대부터 안무가 폴 테일러와 20여년간 12개가 넘는 발레공연을 기획하며 기존의 무대배경을 해체시켰다. 1969년 제작된 ‘사적인 영역’에서는 커튼으로 무대 중앙을 가리고 가운데에 원형의 구멍을 만들어 무용수들의 모습을 그 틈만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고안했다. 카메라 클로즈업 방식이다.

로라
1978년 ‘의심’에서는 강아지 조각을 무대에 설치해 무용수들이 그 사이를 움직이도록 했다. 이 같은 공간구성은 회화작업으로 이어졌다. 무대의 검은색 암막을 회화에 도입해 나름의 색면추상회화를 구축했다.

특히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로라’를 그린 작품들은 움직임의 표현을 최소화하고 얼굴과 표정, 강한 목선을 클로즈업해서 강조한다.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모양새다. 공간감이 소멸된 검은 배경 속의 신체표정은 관람자를 압도한다. 화면의 비현실적 크기와 극명한 색면의 대비는 로라 개인이 아닌 인간의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게 하는 카츠 특유의 초상작업과 맞물린다는 평가다. 로라의 움직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보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리듬, 긴장과 그 속의 고요함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편완식 객원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