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은 기본급으로, 실적연계 급여 깎고…시간외수당은 안 주고

[추적스토리-甲甲한 직장①-ⓐ] ‘내 돈’ 빼앗은 임금 갑질 실태
<편집자주>

“회사 안은 전쟁터요, 회사 밖은 지옥이다.”

국가 및 사회의 민주주의는 크게 진전됐다는데,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이같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전쟁 같은 삶’을 살게 된 것일까요.

원인 또는 이유를 찾아가자면, 우리들의 삶이 가장 많이 머무는 직장도 그 연루 혐의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직장 앞에서 멈춰섰다는 지적도 많으니까요.

오너 갑질, 사장님 갑질, 부장님 갑질, 정규직 갑질, 공무원 갑질, 대기업 및 본사 갑질, 을의 갑질, 임금 갑질, 괴롭힘 갑질, 잡무 갑질, 노동시간 갑질…. 참 말도 많습니다.

세계일보는 우리들이 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부조리한 실체를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보도는 직장인들의 ‘온라인 해우소’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공동기획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응원, 참여 부탁합니다. 혹시 자신이 겪고 있는, 또는 주위에서 겪고 있는 갑질이나 괴롭힘, 부조리가 있다면 그 증거와 함께 알려주십시오. 확인이 가능하고 공유할 가치가 있다면 기사를 통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보를 보내실 이메일은 kimgija@segye.com 또는 homospiritus1969@gmail.com, 전화번호 02-2000-1181.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수당·상여금 등을 강제로 기본급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규정 넘어서기, 인위적으로 휴게시간을 늘려 월급을 동결하는 꼼수, 회사의 실적을 위해 직원에게 피해입히기 등등.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임금 갑질’을 당하고 있다.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 등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고, 특히 대법원 판례에 의해 용인돼온 ‘포괄임금제’는 시간외수당 미지급을 위한 방편으로 정착됐다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출범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20일까지 약 100일간 오픈카톡과 이메일, 페이스북으로 들어온 갑질제보 5478건을 분석할 결과 임금 체불 등 임금갑질이 1314건(24.0%)으로 가장 많은 직장 갑질 유형으로 조사됐다.
◆직원 동의 없이 상여금의 기본급화 “최저임금 준수” 핑계

‘직장갑질119’과 ‘사무금융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수당·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넣어 임금 인상 폭을 떨어뜨리는 편법을 쓰는 회사들에 대한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A병원의 한 직원은 “연 상여금이 기존에 기본급의 800%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병원 측이 상여금 중 일부(기본급의 700%)를 기본급에 산입하려 하고 있다”며 “임금구성 항목 변경 과정에서 강압적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규정을 맞추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임금이기 때문에 지급주기를 바꾸더라도 최저임금에 산입될 수 없다.

국내 유수의 IT업체인 B사도 최근 상여금의 기본급화를 추진 중이다. 그런데 B사는 연 상여금을 기존에 기본급의 500%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이 중 일부(기본급의 400%)를 기본급에 산입하고자 절차를 밟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후 동의 없이 늘어난 휴게시간 ‘꼼수’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작년(6470원)에 비해 16.4%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급은 오르기 쉽지 않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등 꼼수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야간조로 일하고 있다는 C씨가 “지난해 1시간이었던 휴게시간이 올해에는 2시간으로 변경됐다”며 “휴게 시간이 길어질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업무량은 그대로여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C씨에 따르면 실제 야간조는 주방 1명, 홀 1명이 근무할 때 휴게시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한 사람이 주문, 요리, 배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현실적이지 않다. 근로계약서상 근속수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밖이며, 휴게시간을 편법으로 늘려놓지 않는다면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D아파트에선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이 올해부터 2시간 늘었다. 얼핏 휴게시간이 늘어나 복지가 좋아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휴게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려 지난해와 동일한 월급으로 맞추겠다는 꼼수이기 때문이다. 경비원들은 “휴게실이 제대로 마련된 것도 아니고 휴게시간에도 자신들을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와서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적 채우지 못하면 가짜계약 강요·급여삭감

회사가 무리한 실적을 강요하면서 직원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6년 5월부터 학습지업체 E사에 근무해온 F씨는 그해 11월 지국장과 센터장의 지시에 따라 유령회원을 만들었다. 피해 없이 취소해주겠다는 상사들의 말과 달리 유령회원이 다음해 2월까지 이어지면서 F씨의 피해액은 점점 커졌다. 통상 이런 경우 지국장이나 센터장이 피해액을 매울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지만, 오히려 F씨의 업무 방해를 하며 돈을 벌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올해 2월 현재까지 F씨를 괴롭히고 있다.

‘사무금융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보고서 <전략적 성과관리? 전략적 괴롭힘!>에 따르면 한 증권회사는 2013년 말 회사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직접비’ 제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영업직에서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자기 급여의 평균 30% 정도를 삭감하는 제도였다. 이에 따라 당시 증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직원들은 급여의 30%를 삭감당해야 했다.
◆포괄임금제 악용...각종 시간외근무 보상 無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에서는 인력부족으로 시간외근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댄스 장기자랑 등을 강제했던 G대학병원은 장기자랑 준비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외근로’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문제는 비단 G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경기도 평택의 모 병원에서도 사내 송년행사를 하면서 행사 준비를 위한 시간외노동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구성원의 원성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영남의 한 병원은 상근직에 대해 근로계약서상 오전 9시부터 근무라고 규정하고서도 실제로 30분 전인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하라고 강제하면서도 30분의 시간외근무 수당은 지급하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54개 병원에 근무하는 보건의료산업 노동자 1만1662명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과 교육, 회의, 각종 병원 행사 참가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업무 관련 교육이나 워크숍이 있으면 본인이 휴가가 있어도 참석해야 하고 업무시간 외에 참석해야 하는 각종 회의와 행사도 많지만 ‘공짜노동’'에 노출된 병원 노동자는 59.7%에 달했다.

특히 시간외수당 미지급을 위한 방편으로 기업들이 대법원 판례에 의해 용인돼온 ‘포괄임금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1억원의 임금을 체불해 노동당국의 시정지시에 따라 지난달 19일 체불금 전액을 노동자에게 돌려줬다. 미지급 임금 내역은 야간 연장근로수당, 주말 근무수당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업무 외 교육시간에 따른 임금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입은 병원 노동자는 2416명에 달했다.

이밖에도 한 방송사는 ‘알바 작가’에 대해 한달 급여를 상품권으로 줘 논란을 야기했고, 한 유명 커피체인점은 올해 임금체계를 변경하면서 노동자들과 깊은 논의도 없이 복리후생적 급여인 식대를 일방적으로 삭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위법성 있는 사용자들의 꼼수, 신고해야”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사용자들의 꼼수에 대해 고용노동부도 위법성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정당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갑질119의 법률스텝 박성우 노무사는 사용자들이 노동자의 동의 없이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시키는 행위에 대해 “취업규칙 불익 변경은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유효하다”며 “고용부가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시정요구를 해야 하고, 시정이 안 될 시에는 노동부에 신고하면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노무사는 휴게시간을 임의로 늘려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하는 사용자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근로계약상 소정근로시간이 있는데,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든다면 이것도 불익하다고 본다”며 “직원 과반의 동의를 받지 않았을 경우 사용자의 위법한 일방적 조치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고가 가능하다”며 “형식상 늘어난 휴게시간에 실제로 일을 했다면 근무시간으로 보고 임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공동기획> 세계일보·직장갑질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