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에 한참 바쁜 후배를 만났다. 체크리스트라며 몇 장의 종이를 꺼내 보여준다. 그 안에 적힌 것들을 다 사야 하느냐며 한숨을 쉰다. 시간적 여유도 없지만 예산마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 쉰다.
리스트를 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인터넷에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것이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지만 이것을 들고 돌아다닐 예비부부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체크리스트를 보며 필요 없는 품목에 빨간 줄을 쭉쭉 그어주자 후배의 얼굴에서 마치 ‘구원’을 받은 양 환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무나 가르쳐주지 않는 ‘결혼할 때 꼭 거금 주고 사야만 하는 것들 베스트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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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시즌4'에 출연한 비투비 육성재(왼쪽)와 레드벨벳 조이. '우리 결혼했어요' 캡처 |
두번째는 침대다. 침대는 진짜 ‘과학’이다. 광고 문구라고 허투루 들을 게 아니다. 특히 신혼 때는 잠을 잘 자야 한다. 혼자라면 마음 내킬 때 쉴 수도 있지만 결혼 후에는 예기치 않는 스케줄이 많이 생긴다. 갑작스러운 ’시댁 호출’이나 이름도 성도 모르는 시조카의 결혼식, 평생 한번 본 일가 친척의 잔치 등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게다가 직장생활에 육아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전쟁이다.
그래서 잠이 정말 중요하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침대는 반드시 좋은 것으로 사기를 추천한다.
정말 숙면을 위해서다. 엉뚱한 상상은 마시라.
특히 침대를 살 때 모양보다 매트리스의 상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바쁜 스케줄에 잠까지 제대로 못 자면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혼 전 받은 수백만원짜리 마사지가 도로아미타불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 점 꼭 명심하기를…
세번째 식기세척기다. 요즘 가전제품 가격이 어마 무시하게 비싸서 식기세척기까지 사려면 혼수 준비 예산이 초과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강력하게 주장한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사양을 조금 줄이고 식기세척기만은 반드시 구매하기를…
사실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거기서 거기다. 900만원짜리나 200만원짜리나 음식을 보관하고 얼리는 기능만 잘 작동하면 그만이다.
식기세척기는 다르다. 가정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가져다주는 귀한 존재다.
사실 내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혼수 품목으로 식기세척기를 꼽는 이는 드물었다. 나 역시 챙기지 못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커플끼리 집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다 서로 하겠다고 알콩달콩 사랑놀이를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결혼 전이다. 그 후에는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집 밥을 해 먹고 나면 서로 미룬다. 가위바위보! 이런 것 없다. 이 정도도 못해주느냐며 서운함을 토로하다 싸우기 일쑤다.
밥을 함께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에 맡기자. 이것이 인류평화를 위한 지름길이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내 차례네, 니 차례네’ 따지기보다 아예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으면 ‘비둘기처럼 다정한’ 집이 될 터다.
지금까지 결혼할 때 거금 주고 꼭 사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봤다. 상황에 따라 이것들이 필요 없을 수도 있을 것이고, 빠진 것도 많을 터다.
혼수용품들을 사러 다니면서 예비 부부들의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그 어떤 것보다 ‘이 사람하고 잘 살아야지’라는 마음만은 평생 거금 주고라도 꼭 챙겨가야 하는 ‘0순위’라는 사실을…
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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