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氣 살리자] 고교 학점제 ‘잠든 교실’ 깨울 수 있을까

자신 적성·진로 맞는 과목 골라 이수/학생 선택권·교과 다양화 ‘두 토끼 몰이’/일각 “학습 격차 더 심화” 우려 목소리
‘평준화’ vs ‘다양화’.

고등학교 체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지난해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불거진 특수목적고 및 자율형사립고 등의 존폐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폐지론자들은 이명박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라는 명분 아래 특목고와 자사고를 대폭 늘린 조치가 되레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정작 우리 국민 대다수는 양자택일이 아니고 ‘평준화’와 ‘다양화’ 둘 다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교육개발원의 2016년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에 찬성하는 의견은 64.7%를 기록했다. 그런데 ‘고교 다양화’에 찬성하는 의견도 60%에 달했다. 두 선택지가 수치로는 거의 비슷한 지지를 얻은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고교 서열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면서도 개별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학생의 선택권과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나란히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는 게 2022년 전면 도입을 앞둔 ‘고교 학점제’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적성 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부터 고교 100곳에서 시범 운영을 한 뒤 점차 확대해 오는 2022년부터는 전국 모든 고교에 전면 도입하겠다고 지난해 11월 밝힌 바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학습 분위기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고들이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생들이 스스로 과목을 고르는 만큼 보다 흥미와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억지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 시간에 교실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일은 없으리란 것이다.

반면 고교 내신 평가와 대입제도 개편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학생들 간 학습 격차를 키우고, 학교 현장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지역·도농 간 교육 격차가 지금보다 확대되거나 일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해야 고교 학점제의 성공적 안착은 물론 일반고가 처한 위기 상황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고교 학점제 전면 도입을 좀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