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재앙 … 신음하는 바다… 지구촌 환경오염에 경종

서울환경영화제 17일 개막 / 키리바시의 방주 / 해수면 상승으로 한 국가가 사라질 위기 / 비포 더 플러드 /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책 조망한 다큐 / 플라스틱 바다 / 플라스틱 인한 바다 오염의 불편한 진실 / 플라스틱 차이나 / 中 쓰레기 수입금지 정책 이끌어 낸 작품 한국은 북극과 멀리 떨어져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가 가라앉을 위험도 없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랬던 한국인들이 최근 몇년 사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더불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생리대 파동, 최근의 분리수거 대란 등…. 우리는 건강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느끼고 나서야 환경을 돌아보지만, 늘 누군가 피해를 본 뒤다. 눈앞에 닥치지 않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미리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는 17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서울환경영화제(SEFF)가 열린다. 환경문제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 SEFF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환경 이슈와 먹거리 안전 등을 다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행사도 다양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기기도 좋다. 맹수진 SEFF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작품을 미리 살펴본다.
비포 더 플러드
◆비포 더 플러드(미국, 피셔 스티븐스 감독) =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변화와 이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활동을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이자 환경 운동가, 유엔 평화대사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다. 기후변화 책임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2015년 전 세계 국가의 정상들이 모여 파리 기후협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연대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라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미국은 트럼프 집권 후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이 영화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누군가가 백악관에 들어와 당신이 한 일을 다 뒤집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중이 기후변화 문제를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뒤집히기 힘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뒤집어졌다. 이에 디캐프리오가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키리바시의 방주
◆키리바시의 방주(캐나다, 마티유 리츠 감독) = 신자유주의 체제 자본에는 국경도, 제약도 없다. 환경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개발을 추구해온 자본주의의 과실은 글로벌 자본과 앞서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들이 독식했고 그 폐해는 전 세계가 공유한다. 단적인 예로, 키리바시나 몰디브 공화국처럼 기후 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는 작은 섬나라들이 기후 변화의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극심하게 겪으며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키리바시는 해수면이 계속 상승해 곧 국가 전체가 바다에 잠기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면 키리바시 국민들은 곧 세계 최초의 ‘기후 변화로 인한 난민’이 된다. 조국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 키리바시 국민들은 생존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 바다
◆플라스틱 바다(미국·영국·홍콩, 크레이그 리슨 감독) = 한국에서 깨끗한 바다를 보기는 쉽지 않다. 육지에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없이 떠다니고, 전 세계의 오염된 바다가 한반도 앞바다에까지 도달한다. ‘플라스틱 바다’의 감독인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리슨은 대왕고래를 찾는 여정에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다양한 국적의 과학자와 연구자, 그리고 프리다이버인 타냐 스트리터와 팀을 이뤄 4년 동안 전 세계 20개 지역을 돌며, 플라스틱에 따른 바다 오염의 불편한 진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즉각적인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오는 17일부터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기후변화와 먹거리 문제 등을 다룬 다양한 환경 관련 영화를 소개한다. 사진은 '플라스틱 차이나'
SEFF 제공
◆플라스틱 차이나(중국, 왕구량 감독) = 지난해 서울환경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영화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세계의 소비문화를 바라본다. 주인공들은 고되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씻고, 청소하고, 재활용하면서 빈곤 속에 고된 삶을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교육, 건강 및 신분 상승에 대한 꿈을 꾼다. 전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중국 정부의 쓰레기 수입 금지 정책을 이끌어낸 영화이자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분리수거 거부 사태의 원인이기도 하다.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특히 최근 강화된 분리수거 정책이 ‘불만’인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다큐멘터리.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