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집 前 총리 출국금지… 막 오른 말레이판 ‘적폐청산’

수조원 나랏돈 비자금 조성 의혹 / 정권교체로 사법처리 위기 직면 / 이민국, 해외 도피 우려 높아 조처 수조원에 이르는 나랏돈을 빼돌려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 부부에게 당국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 9일 총선에서 61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 불과 수일 만에 말레이시아판 ‘적폐청산’의 막이 오른 셈이다.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12일 낮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나집 라작 전 총리와 그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를 출국금지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나집 전 총리가 정권교체로 사법처리를 면하기 힘든 처지가 된 만큼 해외로 도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모하맛 신임 말레이시아 총리는 본인이 직접 출국금지 조치를 지시했다면서 “본국 송환 등의 문제를 겪어선 안 되는 만큼 신속히 행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왼쪽)가 지난달 28일 페칸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서 부인 로스마 만소르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페칸=AFP연합뉴스
나집 전 총리는 그의 부인 등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항공편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출국금지된 나집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민국으로부터 나와 가족의 출국을 허용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러한 지시를 존중하며 가족과 함께 국내에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나집 전 총리는 2009년 국영투자기업 1MDB를 설립해 최대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이를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마하티르 신임 총리가 취임 직후 ‘1MDB 스캔들’에 대한 강력한 재수사를 천명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나집 전 총리의 의붓딸인 아즈린 아흐맛이 스캔들의 배후로 자신의 친모인 로스마 여사를 지목해, 로스마 여사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집 전 총리는 이날 통합말레이국민조직(UMNO) 총재와 전 연정 국민전선(BN)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