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옥 “도로변 미세먼지 측정소 대폭 늘릴 것”

“대로변에 학교·어린이집 짓고 공기청정기 돌리는게 무슨 소용… 미세먼지 위험지역 신설 피해야 / 정부, 재활용 폐기물 해결 의지… 4대강 보 처리방안도 연내 마련”
봄만 되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부처가 있다. 미세먼지로 공기가 뿌옇게 흐려지면 비난이 쏠리는 곳, 환경부다. 올해는 ‘폐기물 대란’까지 덮쳐 더 큰 원성을 샀다. 바꿔 말하면, 국민의 요구 수준과 체감도가 높은 분야가 환경이라는 뜻이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을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만났다. 세계일보가 최근 연재한 ‘도로변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부의 고민부터 들어봤다.

“학교를 6∼10차선 대로변에 위치시켜놓고, 미세먼지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야겠지만, 새롭게 만드는 학교나 어린이집은 미세먼지 영향을 덜 받는 곳에 들어설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이어 “이미 대로변에 있거나 적절한 입지 선정이 어려운 경우라면 학교 주변에 나무만 잘 심어도 차량 배기가스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며 “이런 부분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대책에서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는 ‘관측망의 한계’다. 안 차관은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측정망 자체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측정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우선적이라고 본다”며 “37개뿐인 도로변 대기측정소를 (하반기부터)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미세먼지·폐기물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다음달에는 ‘우리동네 대기질’ 애플리케이션(앱)의 정확도를 개선시킨 업그레이드 버전도 선보인다.

그는 “자동차 배기구에서 나오는 먼지든 타이어에서 나오는 재비산먼지든 결국 자동차가 다니는 이상 발생을 막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승용차 이용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등 교통 수요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환경부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2014년까지 개성공단에서 연 1∼2회 대기질조사를 한 걸로 아는데, 자료로서 가치는 크지 않을 겁니다. 대기질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앞으로 미세먼지 관련 협력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날, 환경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구체성이 떨어진다,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기에 역부족이다’란 언론의 지적이 나왔는데 그는 ‘박한 평가’라며 섭섭해했다.

“미세먼지는 배출원이 분명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몇% 줄이겠다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폐기물은 모든 국민이 배출원인 동시에 문제 해결 주체죠. 따라서 이번 폐기물 대책은 수치적 목표가 아니라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가를 중심에 놓고 평가해줬으면 합니다.”

지자체 책무에 대해서도 그는 “비상 상황 발생 시 환경부가 지자체에 긴급 명령을 내려서라도 지자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 한다”며 “또, 앞선 정부에서 지자체 평가 항목에 일회용품 단속 실적을 뺐는데, 이 부분을 되살려 일상적 감시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이 되면 ‘4대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수질 변화 등을 모니터링해오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보 처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 차관은 “4대강 보를 개방하면 (그동안 지하수 관정을 얕게 박은) 농가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환경부가 과거 환경부와 가장 다른 점으로 ‘치유와 회복’을 꼽았다.

“미세먼지 특별법,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대책에 꽤 근접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풀어졌던 규제를 바로잡아 자연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