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폼페이오 전성시대… 트럼프와 찰떡 공조로 북미관계 주도

폼페이오, 트럼프 정부 초실세로 한·미 및 북·미 외교접촉 효율성 높여 / 북핵 폐기, 북한의 번영,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 억류자 석방 등 거침없는 현안 챙기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무장관에 오른 뒤 보여주고 있는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북한 문제를 주도하는 모습이 유독 강렬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북한 정권 교체가 다음달 12일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의 일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우리는 북한에 체제보장 방침을 명확히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면 미국의 민간투자가 허용될 것”이라며 “미국의 민간 부문이 북한의 에너지·인프라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CBS방송과 인터뷰에서는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 방침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미 제시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인의 세금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 자본이 북한에 투입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데 동의한다면 대북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며 “북한은 농업 장비와 기술, 에너지가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기업인과 모험가, 자본 공급자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이들은 물론 이들이 가져올 자본을 (핵 포기 대가로)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또다시 “우리는 한국과 견줄 만한 북한 주민의 진정한 경제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 11일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양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그는 당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이어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행보는 거침이 없다. 그는 앞서 5월 초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왔다.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돌아온 억류자 3명은 10일 새벽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국가안보좌관의 환영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2일 공식 취임식장에서는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피력했다. 국무장관 취임 이전의 행보도 화려했다. 지난 3월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던 중앙정보국(CIA) 국장 신분으로 평양을 방문해 4월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며 북·미정상회담의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 

폼페이오 치켜세우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장관 취임식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맨 왼쪽)과 악수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그의 거침 없는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속에 이뤄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배경이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이런 궁합은 지난 1년 동안 전임자의 행보에서는 없었던 모습이다. 지난 3월까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옥신각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 지명 직후부터 그에 대한 무한신뢰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보다 훨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그는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미 육군사관학교 미식축구팀 축하 행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최근에 나보다 더 많이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우리의 새 국무장관이자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의 수석인 마이크 폼페이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그는 그동안 매우 바빴다. 일이 모두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라며 “잘했어, 마이크”라고 친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에 대한 감사 표시일까.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CBS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및 번영을 거론한 뒤 트럼프 대통령을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도 바꾸지 못했던 북한 지도부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초실세’ 폼페이오 장관의 입지는 남북대화,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우리 외교당국으로서도 고마운 점이다. 우리 외교 고위당국자도 “폼페이오 장관이 공식 업무 시작 이전에 북한에 대한 파악을 완료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