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일까?…모욕죄 폐지 논란 재점화

인터넷서 조롱글 봇물 / 홍대 누드모델 ‘워마드’ 회원 고소 / 폐지 주장해온 여당·진보단체들 /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제한” / 모호한 기준에 형평성 시비 우려 / “인신 공격 심해”… 폐지 신중론도 / 경찰 “성차별 수사 있을 수 없어” / 이주민 청장 “용의자 특정” 강조 “홍대 노출남 사생대회 2차 시작한다. 크레파스로 당선된 × 다 나와라.”

“홍대 ××새끼 네이밍, 홍대 몰카남으로 통일하자.”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출 피해자를 겨냥해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악성 댓글을 쓴 누리꾼 2명이 피해 남성에 의해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이를 계기로 모욕죄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익대 학생이 촬영해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에 게재한 사진. 얼굴 등 가림 없이 노출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모욕죄를 규정했다. 워마드 게시판에 피해 남성을 ‘홍대 ××새끼’ ‘홍대 노출증남’ 등으로 지칭하고 유출된 사진을 패러디한 그림들이 계속 올라와 고소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모욕죄 폐지를 주장해왔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9월 금태섭 등 민주당 의원 11명은 모욕죄 규정을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모욕죄를 폐지하라’는 청원이 여럿 올라왔다. 한 정치권 인사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모욕죄를 형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며 “검경의 수사 대신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욕죄 폐지 논란은 헌법재판소의 단골 메뉴다. 헌재는 2011년과 2013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형법 311조의 위헌 여부를 논의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013년과 2016년 위헌 취지 소수의견이 3표씩 나왔을 정도로 의견이 엇갈렸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모욕’의 모호한 기준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모욕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경멸적 감정의 기준은 통상 사회인의 관점으로 판단하지만 다소 추상적인 건 사실”이라며 “신분관계상 인사를 해야 하는데 고개를 꼿꼿하게 들어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 감정을 상하게 했어도 모욕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욕 기준의 모호함은 수사 과정에서 형평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사실을 적시했는지 여부 등과 상관없이 누군가의 감정적 주장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점만 확인되면 유죄가 인정된다.

다만 워마드 댓글 사건에서 보듯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타인에 대한 (인신) 공격이 심한 편”이라며 “이런 현실을 감안해 모욕죄 폐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홍대 사건은 수사 장소와 대상이 미대 교실과 수업 참여자로 특정돼 있었다”며 “성별에 따른 수사 차별이나 불공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 10일 피의자인 여성 모델 안모(25)씨를 긴급체포한 뒤 이틀 후 구속하고 이 과정에서 안씨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자 ‘성차별·편파 수사’ 논란이 인 데 대한 반박이다. 안씨는 지난 1일 홍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몰래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구속됐다.

염유섭·김주영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