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세 가지 의미”

“비핵화 시작·北의 성의·김정은 약속 이행”/靑, 북핵 제3국 방출설에 “언급 부적절”/정해구 “남북 경협축 만들어질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석방에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발표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 첫 번째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서 비핵화가 시작됐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상당한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간의 시간 통일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때 약속한 사항들을 하나하나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가 양국 간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문제는) 우리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라며 “정치권도 부디 이 문제만큼은 한마음이 되는 정치를 국민께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북·미 간 논의 내용이라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만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처리하는 방안은 “제3국으로 이전하든지 자체적으로 폐기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핵 프로그램 폐기-미국 민간투자 허용’ 빅딜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러한 절차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남북 경협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칫 북·미 간 논의 속도를 앞지르거나 비핵화 논의의 초점을 흐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역사적으로) 한국 경제 발전 축은 (미·일과 중국으로 연결되는) 동서 축이었는데, 현재 진전되는 상황을 보면 남북 축이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남북 축의 시작에 대비한 저희의 역할에 관한 기획이 마련되면 대통령께 보고할 생각이지만 아직은 구상 단계”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