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은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 정부가 개입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초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수거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그칠 게 아닌,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등의 활용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종합대책은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공공관리 강화와 함께 재활용 시장 안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제품 생산부터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각 순환단계별 개선 대책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제품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재료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생수를 포함한 음료수 용기로 쓰이는 유색 페트병은 오는 2020년까지 무색으로 바뀐다. 유색 페트병은 색소 처리 등의 비용으로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 대표적인 폐기물이다.
환경부는 음료수 용기로 무색 페트병만 쓰도록 하되 맥주와 같이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에 한해 유색 페트병을 허용할 방침이다. 환경에 해롭고 재활용도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은 사용이 금지된다.
당국은 오는 10월까지 페트병 평가작업을 통해 유색 페트병은 무색으로 바꾸고 병에 붙는 종이 등 라벨은 재활용이 쉽게 잘 떨어지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제품은 언론에 공개한다.
제품 포장재 재활용 의무도 강화, 의무 대상 품목이 현재 43종에서 2022년에는 63종으로 늘어난다. 재활용 수익성이 낮은 비닐류 재활용 의무율은 현재 66.6%에서 2022년 90%로 높인다.
유통 단계에서는 온라인 쇼핑으로 늘어나는 택배를 포함한 운송 포장재의 비닐 등 과대포장을 억제하는 데도 정부가 나선다.
환경부는 10월까지 운송 포장재 과대포장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법적 제한 기준을 설정할 방침이다. 포장에 스티로폼 사용이 많은 전자제품의 포장 기준은 9월까지 만들어진다.
대형마트에서는 지난달 26일 환경부와 업체가 체결한 협약에 따라 행사 상품의 이중포장을 없애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자, 유통업체, 소비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포장재를 줄여나간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현재 PB상품 같은 경우 이미 가격 메리트를 위해 간소화된 포장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 폐기물 대란' 재발 어떻게 막나?
소비 단계에서는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사용량을 35% 줄인다는 게 환경부의 방침이다.
환경부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의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텀블러를 사용할 경우 10% 수준의 가격 할인 혜택을 주고, 매장 내 머그컵을 사용하면 리필 혜택 등을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회용 컵 회수와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컵 보증금 도입과 판매자 재활용 비용 부담 등을 위한 법령 개정도 올해 안으로 할 방침이다.
대형마트와 대형슈퍼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 박스와 재사용 종량제봉투 등만 쓰도록 하고, 속비닐 사용량도 절반으로 줄인다. 재래시장에서는 장바구니 대여 등의 방식으로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나간다.
분리·배출 단계에서는 재활용 폐기물의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관한 홍보를 강화하고, 다음달까지 안내서를 만들 예정이다.
수거·선별 단계의 대책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공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실효성 논란 여전
이번 대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법 개정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정부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실효성 확보가 제대로 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색 페트병 전환과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 및 과대포장 사전 검사 의무화 등 주요 대책은 현재 업체들의 자발적 협약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환경에 유해하고 재활용을 가로막는 재질 사용을 금지하고, 검사 및 과태료 강화 등을 위해선 자원재활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과대포장과 일회용품 사용제한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수도권 아파트단지 현장안내 도우미와 단독주택 지역 분리배출 전담관리인을 지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과태료 상향 조정 등 법개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재활용 촉진법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 관련 정책은 이미 수립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실효성을 내지 못한 건 이를 지속할 지자체 역량 강화 등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CU(씨유), 세븐일레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소비자 안전을 고려해 도시락·커피 컵 뚜껑 등을 교체에 나서고 있다. 이는 최근 일부에서 지적하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의 경우 음식을 담는 본판은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어져 전자레인지에 조리해도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다. PP는 고온에서도 형태의 변형이 없고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유아의 젖병을 만드는 안전한 친환경 소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뚜껑의 경우 대부분 폴리스티렌(PS)과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로 제작돼 전자레인지에 돌리게 되면 환경호르몬이 분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편의점은 기존 본판뿐만 아니라 뚜껑의 소재도 PP로 교체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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