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갑오징어 지혈제’ 민간요법 눈에 띄네!

생물자원 전통지식 2600여건 발굴
“여기 머리 찍은 데가 있소. 상처가 났다. 그러면 그 갑오징어(정식명칭 참갑오징어) 뼈 있잖습니까. 갑오징어 그것이 바다에서 오래 밀려 다니다가 그런 건 누럴해요(누래요). 그놈 갈아 가지고 바르고 그랬어요. 왜 오랜된 것이 좋냐면, 바다에서 간 것(소금기)이 묻고 이리저리 해 가지고 오래 숙성됐다는 소리지.”

전남 완도군 주민 고모(70)씨가 전하는 생물자원 이용 ‘꿀팁’이다.

완도뿐만 아니라 신안군과 진도군 등 남도 바닷가에서는 참갑오징어 뼈를 갈아 지혈제로 쓰곤 했다. 조선 선조 때 의서인 ‘의림촬요’에도 코피가 나면 ‘오적골’(烏賊骨)이라 부르는 참갑오징어 뼈를 갈아 목 안에 불어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나름의 과학적 원리가 있다. 참갑오징어는 일반 오징어와 달리 몸에 타원형 뼈가 있다. 이 뼈에 든 탄산칼슘은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열을 낸다. 이 때문에 피가 난 곳에 탄산칼슘을 바르면 수분이 증발하고 혈액은 굳는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참갑오징어 지혈제’처럼 생물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 2600여건을 발굴해 ‘남도인의 삶에 깃든 생물이야기’를 펴냈다고 15일 전했다.

자원관은 지난해 3월부터 8개월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서 구전 전통지식을 조사했다. 전남 신안·진도·완도군 105개 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 300여명을 만나 생물자원 386종의 전통지식 2603건을 발굴했다.

사례를 보면 미역과 비슷한 해조류인 곰피는 빨래비누를 대신했다. 곰피는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는 당이나 지질과 같은 천연성분이 많아 비누 역할을 대신한 것으로 추측된다. 상괭이 기름은 벼멸구를 퇴치할 때, 조피볼락은 미역국 쇠고기 대용으로 쓰였다. 상괭이 기름에는 살충 성분이 있고, 조피볼락에는 쇠고기보다 5배 많은 칼슘이 들어 있다.

자원관은 2009년부터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전통지식 조사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중 매년 100종 안팎에 대해 유용성 스크리닝을 해 국유특허를 내고 있다. 해당 기술에 관심 있는 제약·기능성식품·화장품 업계는 무상으로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다.

오경희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장은 “지난해에도 5건 이상의 기술이전이 있었다”며 “외국기업은 그 기술을 무단으로 가져갈 수 없어 생물자원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