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합격"… SR 채용 비리 '복마전'

24명 부정채용… 면접 안봐도 합격 /“고액 연봉 철밥통 직장 대물림” / 1억 챙긴 노조위원장 등 13명 검거 수서고속철도의 운영사 SR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가 청탁을 받고 신입 및 경력 직원 24명을 부정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간부가 지인들 자녀를 취업시켜 주고 1억원 상당을 받는가 하면 어떤 임직원들은 친인척에 단골식당 주인의 자녀까지 부정한 방식으로 뽑았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SR 전 영업본부장 김모(58)씨와 전 인사팀장 박모(47)씨를 구속하고, 노조위원장 이모(52)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수서고속철도(SRT)운영사인 SR의 `채용비리` 사건 수사 자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영업본부장 김씨 등은 2016년 7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여러 지인한테서 인사청탁을 받아 SR 신입·경력직 공채 과정에서 합격인원이나 평가순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24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런 부정 채용 탓에 억울하게 탈락한 지원자가 105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인사팀장이던 박씨는 김씨 등 임원진에게서 지시를 받고 평가 점수와 면접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면접 전 청탁 대상자 이름과 함께 누가 청탁했는지 나타내는 표시를 했는데, ‘영’은 영업본부장, ‘위’는 노조위원장, ‘비’는 비서실, ‘수’는 수송처장 등을 뜻했다. 청탁 대상은 임직원 지인들의 자녀가 대부분이었지만 한 임원의 단골식당 주인 자녀도 들어 있었다.

노조위원장 이씨는 지인 11명한테서 채용 청탁을 받아 이를 김씨에게 전달해 주고 1억23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전 채용에서 불합격한 이들에게 접근해 “이번에는 합격하게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 채용 청탁자 대부분이 코레일 또는 SR의 가족이나 지인들이었다”며 “고액연봉의 안정적인 직장을 대물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R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 결과에 무겁게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향후 기소되는 채용비리 연루 직원 및 부정합격 직원을 즉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SR는 채용비리 피해자는 정부의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제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