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5-21 19:23:36
기사수정 2018-05-21 19:23:36
'자율차 법리 보고서' 낸 김익현 변호사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법조계도 인공지능(AI)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 분석이 필수가 됩니다.”
법무법인 율촌 김익현(40·사진)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법조계에서 선도적 연구란 평가를 듣는 ‘자율주행차 법리분석’ 리포트 작성을 주도했다.
그간 법조계는 자동차 등 기계의 결함을 분석하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작업에 인색했다. 이제 기계의 역할이 커진 만큼 법조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오늘날 다양한 교통사고에서 법원은 인간의 관점에서 사고 과실을 판단해 책임 비율을 나눕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이 아닌 AI의 관점에서 사고 책임을 판단해야 하는 거죠.”
김 변호사는 “특히 제조물책임법이 크게 달라지고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아닌 AI가 운전을 제어하는 만큼 AI를 설계한 제조업체에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
“제조물책임법의 취지는 기계로 인해 피해가 커진 상황은 제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제조업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고 사고로 인한 개별적 인명·재산 손해만 책임을 묻는 것이죠.”
김 변호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사고를 두고 차량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불가능하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상 결함이 아닌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2차 피해에 한해 제조업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동차 제조사는 제조물책임을 확대하는 법 개정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조물책임보험 제도로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을 완화하고, 나아가 제조사들이 제조물책임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과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킨 경우는 어떨까. 김 변호사는 “지금과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행법은 베테랑 운전자든 초보 운전자든 실력을 기준으로 귀책사유를 판단하지 않고 같은 조건으로 책임을 따진다. 하지만 AI의 운전능력은 사람의 통념을 뛰어넘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김 변호사는“AI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는 물론 많은 분야에서 인간과 기계가 대립하는 법적 다툼이 많아질 것”이라며 “자율주행차가 그 시작인 만큼 합리적 법률 개정을 통해 AI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