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5-25 17:48:36
기사수정 2018-05-25 17:48:36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새롭고 낯선 영화라도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면 긍정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감상의 이점이 있는데 그게 사라졌으니까요. 수상 기대가 너무나 높아져서 실망감이 크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황금종려상을 받았더라면 한국영화에 자극이나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
이창동 감독은 ‘버닝’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낯설고 새로운 방식의 영화가 계속 제작돼야 한국 영화산업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
신작 ‘버닝’으로 8년 만에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이창동 감독이 본상을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23일 귀국해 시차적응도 하지 못한 이 감독은 바로 다음날 ‘관객과의 대화’ 일정을 소화한 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50여개 매체 기자들과 만났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칸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의문이 들 정도였죠. 반면 한국 반응은 그와 온도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반응이 극명히 나뉜 이유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 숙제입니다.”
‘버닝’은 본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는 등 칸에서 찬사를 받았다. 반면 국내 개봉 후 관객들 반응은 ‘모호하다’,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질문’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어왔고, 그것을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이느냐는 관객 각자의 몫”이라며 “질문하는 영화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떤 관객의 가슴에는 남을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한국 관객에 익숙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그 같은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행한 영화의 성공모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어떤 작품은 성공하겠지만, 그것을 발전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저질러야죠. 오늘 낯설게 보여도 다음엔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져야 영화산업을 자극해 선순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