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인 이상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약 33% 적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남녀 임금 격차 실태와 정책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한국여성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근로자의 직급별·성별 임금 격차 분석 결과와 100인 이상 제조업 기업·전문과학기술업 근속 1년 이상 정규직 남녀 노동자(402명), 인사 담당자(112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100인 이상 기업의 전체적인 성별 간 시간당 임금 격차는 33.3%로 나타났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6만7000원을 버는 셈이다.
직급별 성별 간 임금 격차는 사원급이 24.4%로 가장 컸다.
주임·대리급이 6.1%, 과장급이 2.6%로, 직급이 올라가면서 한동안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줄었다.
◆"동일 업무하는데 男 100만원 벌 때 女 66만7000원 밖에 못 번다?"
차장(5.8%)과 부장(9.7%) 등 간부로 승진하면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인권위는 "상위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보다 작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임원 비율을 나타내는 '유리 천장'이 아니더라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중이 작아지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남녀 임금 격차는 직급 변화에 따라 알파벳 'U(유)'자 형태를 보였다.
사원에서 부장까지 직위가 높아질수록 시간당 임금 격차는 3750원→1320원→730원→1480원→3690원으로 간극이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황성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거나 승진하더라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입사 시점인 사원급으로 환원했다"고 지적했다.
◆파트타임 근무 비중 높은 여성들…승진 기회도 남성보다 적어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는 어떤 수준일까.
독일에서 남녀 근로자 간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21유로, 여성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16.59 유로로 조사됐다.
여성 근로자가 남성 근로자보다 21%를 덜 받는 셈이다. 전년 21.49%보다는 다소 개선된 수치다.
작년 여성 근로자의 평균시급은 전년보다 33%, 남성 근로자는 21% 상승했다.
임금 격차는 여성들이 파트타임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승진 기회가 남성보다 적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방통계청은 임금이 높은 자동차 업계 등 고임금 산업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 수가 남성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임금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EU 공식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의 2016년 집계 자료에서 루마니아의 임금격차는 5.2%에 불과했다. 폴란드는 7.2%, 슬로베니아는 7.80%이었다.
서구권 국가 중 이탈리아가 5.30%, 벨기에가 6.10%로 낮았다. EU 주요 국가인 프랑스는 15.2%였고, 영국은 독일과 유사한 수준인 21%로 높은 편이었다.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에스토니아로 25.3%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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