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랙리스트 파동 스스로 해결 못한 사법부 부끄럽지 않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3차 조사 결과를 놓고 사법부가 또다시 분란에 휩싸였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거래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법관을 뒷조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 전 간부 등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제 “실망하고 있다”면서 “모두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찰 고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관심을 갖는 판결을 조사하고, 판결 방향까지 직접 연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편부당해야 할 판결을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으려 한 것은 충격적이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비판적인 법관들 리스트를 작성하여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며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 모든 정황들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지만 직권남용죄 여부에 논란이 있는 만큼 검찰 고발 대신 자체 징계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를 두고 셀프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법원 내부통신망에 상고법원 도입 비판 글을 올린 뒤 동향 파악을 당한 것으로 조사된 차성안 판사는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며 “법원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외부에서 검찰에 고발한 것만 7건에 달한다. 사법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사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 문제를 검찰 수사로 넘기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검찰 수사보다는 사법부 스스로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권남용죄를 걸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사법부가 신뢰를 잃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구태와 단절해야 한다. 뼈를 깎는 반성과 각오로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