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1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올해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월 157만원을 기준으로 25%는 39만원이고 7%는 11만원이다. 정기상여금의 39만원 초과분과 복리후생 수당의 11만원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셈이다.
월 상여금 50만원과 복리후생 수당 20만원을 받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157만원에 11만원(정기상여금 초과분)과 9만원(복리후생 수당 초과분)을 더한 177만원이 된다.
재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숙박과 급식, 통근 수당 등 복리후생 수당까지 산입범위에 들어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기업 부담 줄어들 것"
이처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둘러싸고 노사정간 갈등이 격화함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에도 적색신호등이 들어왔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현장 조사 등을 거쳐 다음달 14일부터 여러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다음달 28일이다. 2주 동안 전원회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
결론에 영향을 줄 핵심 변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산입하는 게 골자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발생할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저임금위는 이에 맞춰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 효과 희석…대폭 인상 불가피"
더 큰 문제는 노동계가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될 경우 노동자의 실질적인 소득 증진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현행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이 산입되면, 노동자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7510원으로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경영계가 이 정도의 대폭 인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영계는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업 부담을 덜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제기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속도조절론은 최저임금 인상이 급격하다는 경영계 우려를 반영한 것이지만, 산입범위를 확대한 상황에서 노동계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한을 한 달 가량 앞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전문가들 "최저임금 인상, 고용 줄고 창업 억제할 우려"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되면 고용을 감소시키고 창업까지도 억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주최로 이 대학 경영대학에서 열린 '최저임금의 소득·고용 효과' 심포지엄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을 소멸하게 할 뿐 아니라 고용 창출도 억제한다"며 "특히 소매업 등 소규모 자영업으로 구성된 서비스 산업의 경우 사업체 신규 진입까지 감소시켜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이 아닌 창업하는 사업체들이 만드는 것이다. 고용을 늘리는 것은 작고 젊은 기업"이라며 "최저임금 상승이 신규 사업체의 진입이나 창업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의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업은 자본집약도를 높이면서 노동 절약적인 경영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비용이 늘게 되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상승한 비용을 기술혁신으로 대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를 촉진하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영세자영업과 영세중소기업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약자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감독과 가격 인상 등 부담을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저임금이 상승할 경우 사업체는 기존 고용량과 신규 채용을 줄이고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며 "고용감소는 감원과 근로시간 단축, 퇴출의 형태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 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업무수행 수단이나 근로시간 관리에 대해서 직원에게 완전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도 도입한다.
‘재량근로제’는 법적으로 신제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적용이 가능한 제도인데, 삼성전자는 해당 업무 중 특정 전략과제 수행 인력에 한해 적용하고 구체적인 과제나 대상자는 별도로 선정할 계획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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