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5-30 07:03:00
기사수정 2018-05-29 20:58:09
[스토리세계-뷔페미니즘②] Daddy Zone 논란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어디 여의도까지 기어나와.”
극우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한 게시글에 이 같은 내용의 댓글이 올라왔다. “왜 이렇게 좋은 의도로 못보고 남자 vs 여자로 싸우려고 드는 거지” 등 수백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들이 이렇게 흥분했던 이유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장의 사진과 글 때문이었다. 지난 27일 여성혐오와 관련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는 페이스북 계정인 ‘여혐별곡 대나무숲’에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은 서울 여의도 IFC몰 지하 2층에 있는 대디존(Daddy Zone)이었다. 많은 남성들이 추억의 만화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이들은 “가족들이 많이 오는 쇼핑몰인데 대디존을 보고 미혼녀인 나마저 박탈감이 든다”며 “엄마들이 노키즈존으로 소외감을 느낄 때 만화책까지 구비가 됐다니, 아빠들은 참 살기 편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은 Resting Zone으로 해도 됐을텐데”라고 밝혔다.
이후 일베에는 이들의 이런 글에 대해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다 불편하느냐”며 조롱 섞인 글에는 “노키드존은 맘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대디도 마찬가지다. 요즘 쇼핑와서 하루종일 있다 가라고, 끌려온 아빠들을 위해 마련하는 게 추세”라는 댓글 등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디존은 지난해 11월부터 만든 공간으로 일반적으로 쇼핑을 좋아하지 않은 아빠들을 위해 만든 쇼핑몰 내 공간이다. 실제 이용에는 남녀구분이 없다. 만화책 4000권과 테이블, 의자들을 갖춰 고객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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