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5-30 19:16:30
기사수정 2018-05-30 22:26:28
채용현황 문서 넉달간 홈피 공개 / 본지 지적하자 뒤늦게 알아차려 / 서울교통공사 “담당자 실수” 해명 / 메르스 때도 정보 노출 불구 재발
서울시가 북한이탈주민 출신 직원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넉 달 동안 홈페이지에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자가 격리자 99명의 연락처와 생년월일 등이 시 홈페이지에 공개돼 홍역을 치렀지만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월28일 서울교통공사가 시로 보낸 ‘북한이탈주민 채용현황 제출’ 문서가 지난 28일까지 시 홈페이지 ‘정보소통광장’에 공개됐다. 정보소통광장은 서울시에서 생산·결재한 모든 문서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사이트이다. 하루 평균 1만건이 넘는 문서가 정보소통광장에 올라온다. 개인정보와 시정에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담은 문서는 부분공개 또는 비공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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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이탈주민 채용현황 제출’ 문서에 첨부된 엑셀 파일. 이 파일에는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서울시 제공 |
문제는 채용현황 제출 문서에 첨부된 엑셀 파일에 담긴 북한이탈주민 출신 직원 10여명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해당 파일은 본지에서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방치돼 누구나 검색해서 열람할 수 있었다. 파일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정착 기간, 채용일 등 11가지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다. 주민등록번호와 여권번호, 운전면허증 번호뿐만 아니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정보도 포함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이탈주민은 “탈북자에게 개인정보 보안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남한에서 신원이 노출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물론 가족을 볼모로 협박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서를 전부 공개로 설정해 올린 서울교통공사는 담당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첨부 파일은 비공개로 설정해야 했다”며 “문서가 공개된 기간 조회 건수는 약 30회였고 당사자에게 확인한 결과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시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와 격리 대상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담당자 실수로 정보소통광장에 노출했다. 시는 이후 주민등록번호·운전면허 번호·여권번호·외국인등록번호 등 고유식별정보를 걸러내는 개인정보 필터링 프로그램을 강화해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문서를 기안할 때부터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는 반드시 비공개하도록 부서별 담당자에게 다시 한 번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