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5-30 19:07:44
기사수정 2018-05-30 22:18:08
"사법부 개혁 계기 삼아야" "판결, 아전인수 해석 안 돼"/ ‘재판 거래 의혹’ 법조계 반응 / 檢 수사 놓고 찬반 분열 양상 /“법원은 성역 아니다” 강경론 / 법원 내부망엔 자제 촉구 글 /“내부서 해결해야” 중론도 / 내달 전국법관대표회의 주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박근혜정부 청와대 간의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법원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전직 대법관 등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법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판사들은 관련자들 고발과 검찰 수사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전직 대법관 A씨는 30일 “(재판 거래 의혹은) 사법부의 존재 의미를 근원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조사가 더 필요하다면 이제는 (법원) 밖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법부는 그간 근원적 변혁을 갖지 못한 탓에 사법 선진국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며 “법원은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상 밖에서 들여다보기 어려운 곳인데 이번에 이렇게 된 건 참 좋은 (변혁의) 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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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양승태 30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에서 열린 설악 무산 대종사의 영결식에 참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
대법관 출신 B변호사는 이번 파문이 판결 불복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재판이 잘못됐을 이유가 있겠느냐”며 “물론 패소한 사람으로선 불만이 있겠지만, (이번 사태를) 자꾸 자기한테 유리하게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결국 검찰 수사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모양새다. 전직 고위 법관 C씨는 “어려울수록 정도대로, 원칙대로 가야 한다”며 “공무원이 직무집행상 어떤 범죄나 범법행위를 발견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법원이라고 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11일 열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의장으로서 대법원장에게 관련자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이 아닌 법원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법치행위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강경론을 주장하는 법관들한테 자제를 당부했다.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법원행정처 요원이 남의 재판과 판결을 갖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재판과 판결의 의미가 저하되거나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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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협상 카드로 사용한 정황이 나온 것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형사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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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주최로 열린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 검찰 고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양 전 대법원장의 탈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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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접수하는 전공노 전국공무원 노조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접수된 고소·고발장만 1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들을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 배당해 일괄 수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이날 “법관 사찰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행위자별로 관여한 정도를 정리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행정처장도 보고 자료에 포함됐는지에 대해선 “인사상 조치가 가능한 현직만 포함됐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에 따라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평가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법원 내부에 큰 상처가 남게 될 것이란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박진영·염유섭·배민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