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연애' 지향하는 트랜스젠더 트리오 "질투는 없다"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드는 트리오. 그들에겐 특별한 속사정이 있다.

'커플’은 두 사람이라는 뜻보다 연인관계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반면 ‘트리오’는 주로 함께 합을 맞추는 세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이들의 관계는 두 단어의 개념을 적절히 섞어야 설명이 가능하다.

지난 30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닉 챈들러 씨(27)는 지난 3월 레이첼 코우리스(28), 젠더 켈리(20)과 약혼했다. 챈들러 씨는 두 사람과 각각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닌 셋 모두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갖는 ‘비독점적 다자연애(Polyamory)’ 형태로 가족이 됐다.

1년 전 그는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코우리스 씨를 만났다. 둘의 관계가 지속되다 챈들러 씨가 직장을 통해 트랜스젠더 남성 켈리 씨를 만나게 되었고, 셋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챈들러 씨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성 전환 후 남녀 구분 없이 성 중립을 뜻하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챈들러 씨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트랜스젠더라는 공통 주제가 있어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고 전했다.

6개월 전부터 함께 살기 시작한 이들은 “킹사이즈 침대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비독점적 다자연애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서구권의 경우 폴리아모리 운동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어 1990년대에는 성정치적 화두로 대두되었다. 2009년 기준 미국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50만 명이 넘는 다자연애주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챈들러 트리오’는 최대한 모든 일을 함께 하려고 하며, 한 명이 없더라도 서로 질투하지 않는다. 챈들러 씨는 “일정이 맞지 않아 두 사람만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정직함이 가장 중요한 우리 사이의 약속이다. 우리는 소통하며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세 사람의 관계유지 비결을 밝혔다.

세 사람은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는 없지만, 내년 할로윈에 서로를 위한 특별한 행사를 계획 중이다.

“우리는 정상적인 관계다. 우리는 남들처럼 TV를 보고 저녁을 먹는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한 사람이 더 있다는 것뿐이다”라고 다자연애의 특수성을 환기했다.

손유빈 기자 nattobin@segye.com
사진=PA Rea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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