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6-01 03:00:00
기사수정 2018-05-31 21:01:48
정영선 장편 ‘생각하는 사람들’ 출간 / 2년 간의 하나원 교사 경험 담아내
“탈북자들이야말로 이즈음 분단을 상징하지 않을까요? 분단 숨통을 틔워주는 개성공단 같은 것도 있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탈북자들이 분단의 벽을 허물고 있는데, 그들은 여기 와서 또 다른 분단을 겪고 있습니다. 이 상태를 해결하는 게 진짜 남과 북의 소통인데 소설에서는 해결책까지는 어렵고 문제를 제시했을 뿐입니다.”
부산소설문학상과 부산작가상을 수상하며 부산 지역에서 활동해온 소설가 정영선(55·사진)이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는 과정의 다양한 문제들을 담아낸 장편 ‘생각하는 사람들’(산지니)을 들고 상경해 기자들과 만났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청소년 학교 파견교사를 지원해 2013년부터 2년 동안 근무하면서 관찰하고 취재한 이야기들이 이 작품에 핍진하게 담겼다.
주인공인 심주영은 국정원 요원 ‘코’를 만나 인터넷 댓글 아르바이트를 한다. ‘코’는 드루킹 사건처럼 출판사로 위장한 무대에서 선거 때마다 특정한 후보를 향해 ‘종북’ ‘친북’ 공세를 퍼붓게 한다. ‘코’가 소개한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위한 교육기관 유니원에 들어가 주영이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탈북 청소년들 이야기가 이 소설의 다른 축이다. 자유를 찾아 남한을 선택한 수지, 축구를 하고 싶었던 창주, 글을 잘 쓰는 선주 등이 남한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드러낸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주가 뛰고 북쪽에 전기를 보내고 철도를 놓는다는 이야기들만 오가는데 사실 이러한 태도는 선진국이 후진국에게 베푸는 그런 것이잖아요?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인데 대동강변에 트럼프월드가 들어설 거라는 식의 자본에 대한 이야기만 말고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분단의 역사에 책임지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정영선은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큰 벽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들의 내면에 깃든 솔직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수업 시간에 하나원 청소년들에게서 받은 진솔하고 흥미로운 글들을 출간하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무산돼 안타깝다는 그는 “북에도 남에도 정착하지 못한 그들은 ‘난민’일지 모른다”면서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이유는 다양하지만 남한에서의 고통은 비슷해보였다”고 말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