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소득주도 성장 성과가 실생활에 구현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최근 일자리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소득이 급감하면서 소득분배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통계지표가 잇따라 발표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정책 방향을 재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1분위 가계소득 감소원인으로 고령화나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과 건설경기 부진 등을 놓고 2시간30여분간 난상토론을 벌였으며,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 결과를 보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방향을 미세 조정한다는 방침은 없다.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책에 허점이 있는지 찾아 보완해나간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주도 성장은 문 정부가 수출, 대기업을 경기 중심에 놓고 양적 성장에만 매달렸던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 대신, 저성장과 소득분배 악화라는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내세운 핵심 패러다임이다. 실제 효과를 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文 소득주도 성장, 분배 악화 해결 위해 추진한 패러다임
최근 고용과 가계소득 지표를 보면 부정적인 신호가 줄을 잇고 있다.
통계청 가계소득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급증, 분기 소득이 사상 처음 월평균 1000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지표는 2003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악으로 나빠졌다.
고용동향을 보면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급감한 뒤 3월 11만2000명에 이어 지난달 12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또다시 10만명대를 기록한 것이다.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보완책을 강구하는 움직임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해 정부가 전면 부인에서 속도 조절로 한 발짝 물러선 것과 궤를 같이한다.
◆가계소득 성장 위한 특별대책 마련할 듯
문 정부는 앞으로 1분위 가계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대책 마련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은 고령자, 무직자 등 저소득층 가구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초연금 수급자와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확대 지원, 근로장려금 지급 확대 등이 선택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소득이 급감한 원인으로 고령 가구주 비중이 급증한 점을 지목한 바 있다.
통계청 미시데이터 분석결과 1분위 가구주 중 70세 이상 비중은 지난 2∼3년간 30%대 중반을 오가다가 올 1분기 갑자기 43.2%로 급등했다.
이들은 도소매·음식숙박업과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급감, 무직으로 전락하거나 일하는 시간이 감소해 근로소득이 확 감소해 차하위계층이나 중위계층에서 대거 빈곤층으로 추락했을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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